“호텔·리조트 산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속도가 가장 뒤떨어진 업종입니다. 하지만 저희 플랫폼을 이용한 고객사들은 운영 효율 뿐만 아니라 매출이 오히려 5~15% 증가했습니다.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먼저 협력 의사를 밝히는 이유입니다”
H2O 호스피탈리티는 한국·일본·베트남·태국 등 국내외 호텔·리조트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회사다. 일례로 기존 호텔은 여행사와 온라인 플랫폼, 자체 웹사이트 등 판매 채널별로 예약을 받는다. 문자메시지, 이메일, 팩스 등에서 예약 정보가 들어오면 담당 직원이 일일이 기입하는 식이다. 하지만 H2O호스피탈리티의 시스템을 통하면 이를 온라인으로 한번에 관리할 수 있다. 호텔 입장에선 프런트, 예약실, 관리실 등 고정 인원을 최소화하고 하우스 키핑 등 필요한 상황에만 교육된 인재를 파견할 수 있다.
이웅희 H2O 대표는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메이저 호텔 상당수는 호텔별로 프런트 데스크팀, 예약팀, 마케팅팀, 지원팀, 관리팀, 하우스 키핑팀 등을 일일이 두고 있고, 업무도 수기로 처리해 운영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하나의 건물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부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복수의 호텔을 동시에 관리하는 경우 운영 효율성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이렉트 부킹' 비율 3배 뛰어
H20 호스피탈리티는 이러한 문제를 대폭 개선했다. 온·오프라인 판매채널관리시스템(OMS), 예약관리시스템(PMS), 객실관리시스템(RMS), 현장관리시스템(FMS)을 통합한 운영시스템을 개발해낸 것이다. 덕분에 고객사는 효율적인 세일즈 프로모션이 가능하고, 숙박 시설 자체 다이렉트 부킹 비율도 3배 이상 높여 매출 상승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대표는 “투숙객 입장에서도 H2O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예약정보 입력과 객실 배정 등이 자동으로 처리된다”며 “투숙객은 링크 하나로 체크인, 체크아웃, 필요한 비품요청 등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혁신성에 H2O 호스피탈리티는 작은 스타트업임에도 일찌감치 해외에서 먼저 주목 받았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사우디 투자부와 H2O의 사우디 진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우디 투자부는 H2O가 사우디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투자 유치와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H2O가 현지에서 사업을 확장하는데 필요한 투자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사우디 투자부가 국내 관광 관련 업체와 MOU를 체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H2O는 한국과 일본, 동남아를 넘어 올해부터 중동, 유럽, 아프리카로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 아래 리야드에 현지 법인도 설립했다. 앞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중동과 유럽 사업을 총괄하는 지사도 개설할 예정이다.
◇디지털 전환…호텔 자생력 높여
이 대표의 전략은 단순 숙박 예약 대행에 의존했던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 업체와 다르게 디지털 경쟁력을 기반으로 호텔의 자생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는 “OTA가 호텔에 이용객 데이터를 공유해 주지 않아 호텔들은 자체 마케팅을 펼칠 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H2O 호스피탈리티는 단순 숙박 예약 대행을 하는 OTA와는 달리 디지털 경쟁력으로 밸류 체인을 바꿔 호텔의 자생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UAE의 전체 숙박 매출 중 70%는 부킹닷컴, 아고다 등 OTA에서 나오고 있다. 그는 “힘들게 근사한 고급 호텔을 지었는데 숙박 매출의 20%가 해외 회사에 판매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UAE 정부도 투숙객과 시설을 직접 이어줄 수 있는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판매) 플랫폼을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면이 클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D2C 전환의 혜택은 결국 투숙객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한국의 한 5성급 리조트는 우리가 위탁 운영을 맡기 전에 자체 판매 비중이 2%에 불과했지만, 데이터 기반으로 자체 판매를 시도한 결과 60%까지 올라갔다”면서 “이처럼 자체 판매 비율이 50%가 넘어서면 호텔이나 리조트 입장에선 다양한 프로모션을 할 수 있고 이 모든 것은 결국 투숙객을 위한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동안 해외 진출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온 이 대표지만 앞으로는 한국 숙박 시장이 오히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한국의 숙박 생태계가 상당히 탄탄해졌다”며 “'한국에서 통하면 해외에서는 200%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숙박과 음식 서비스 등의 측면에서 한국인의 스탠다드가 글로벌 스탠다드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려는 수요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까지는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로 나가는 수요가 컸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인바운드 수요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