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최근 발암 가능성 논란이 일었던 감미료 ‘아스파탐’에 대해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식량농업기구·세계보건기구(WHO)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하면서다. 다만 식약처는 아스파탐 등 감미료에 대한 섭취량 등을 주기적으로 조사하며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13일 규제 당국에 따르면 WHO 산하의 두 전문기구인 국제암연구소(IARC)와 JECFA는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대해 각각 평가해 왔다. IARC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 분류의 2B군(인체 발암가능 물질)로 분류한 반면 JECFA는 이전에 설정된 1일 섭취허용량(40mg/kg.bw/day)을 유지하고 현재의 섭취 수준이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JECFA에서는 식품을 통해 섭취했을 때 안전성에 대해 평가하고 있으며 각 규제 당국은 JECFA의 평가 결과를 참고해 안전관리 기준을 정한다. JECFA는 이번 평가에서 위장관에서 페닐알라닌, 아스파트산, 메탄올로 완전 가수분해돼 체내 아스파탐의 양이 증가하지 않은 점, 경구 발암성 연구 결과가 모두 과학적으로 한계가 있는 점, 유전독성 증거가 부족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1일 섭취 허용량을 변경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IARC는 아스파탐과 같은 물질 자체의 암 발생 위험성을 평가하는 기관이지만 실제 섭취량을 고려해 평가하진 않는다. 섭취량과 관계없이 사람이나 실험동물에서 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연구자료를 토대로 발암가능 물질을 판단한다. 실험동물이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2B군으로 분류한다. IARC는 술, 가공육 등을 발암물질 1군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적색육 등을 2A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스파탐이 2B군으로 분류되도 섭취가 금지된 것은 아니란 얘기다.
식약처는 이번 JECFA의 평가결과와 2019년에 조사된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량을 고려했을 때 현재 아스파탐의 사용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조사된 우리나라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은 JECFA에서 정한 1일 섭취허용량 대비 0.12%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식약처는 IARC의 발암유발 가능성 제기에 따라 소비자 우려와 무설탕 음료의 인기 등을 고려해 감미료 전반에 대한 섭취량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필요시 기준 재평가를 추진할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첨가물의 안전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국민이 안전한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아스파탐 관련 규제 당국과의 일문일답
Q. 아스파탐이란 무엇인가
A. 아스파탐은 식품에 단맛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식품 첨가물이다.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페닐알라닌과 아스파트산이 결합된 감미료다. 1981년 미국에서 식품첨가물로 승인된 이후에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985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Q. 아스파탐은 어떤 특징이 있나
A. 아스파탐의 열량은 설탕과 동일하지만 감미도는 설탕보다 약 200배 높아 소량만 사용해도 단맛을 낼 수 있다.
Q. 1일 섭취허용량이란 무엇인가
A. 1일 섭취허용량(ADI·Acceptable Daily Intake)란 사람이 어떤 물질을 평생동안 매일 먹어도 건강 상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하루 섭취량을 말한다. 사람의 체중 1㎏당의 양(㎎)으로 나타낸다. ADI는 국제식량농업기구(FAO)와 WHO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기구 FAO/WHO합동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 설정한다. 유럽식품안전청,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등 각국의 규제기관에서도 설정할 수 있다.
Q. 아스파탐의 1일 섭취허용량은
A. JECFA, 유럽식품안전청, 식약처는 아스파탐의 ADI를 40㎎/체중(㎏)/1일로 설정하고 있다. 체중 60㎏인 성인의 아스파탐 하루 섭취허용량은 2400㎎에 해당한다.
Q. 아스파탐 함유 식품을 하루에 얼마나 먹어야 1일 섭취허용량까지 도달하는가
A. 60㎏ 기준 성인의 경우 아스파탐이 함유된 제로 콜라 250㎖는 하루 55캔, 아스파탐이 함유된 750㎖ 탁주는 하루 33병을 섭취해야 1일 섭취허용량에 도달하게 된다.
Q. 우리나라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수준은
A. 2019년 조사 결과,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은 1일 섭취허용량 대비 약 0.12%다. 아스파탐이 함유된 식품을 선호하는 국민의 섭취량도 약 3.31% 수준으로 평가됐다.
Q. 우리나라에서 아스파탐을 식품에 얼마나 사용할 수 있나
A. 빵류, 과자, 시리얼류, 건기식 등 8개 식품에는 사용할 수 있는 최대량을 정하고 있으나 그 외의 식품에는 사용량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현재 국내 품목제조보고된 식품(86만 건) 중 아스파탐을 사용해 생산하는 식품은 0.47% 수준이다.
Q. 국제암연구소에서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2B)’로 분류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A.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어떤 물질이 암을 유발하는지 평가해 4개군(1, 2A, 2B, 3)으로 분류한다. 아스파탐이 분류된 2B군은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실험동물이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2B군에는 일상 식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야채절임 등도 포함돼 있다. 2B군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식품으로 섭취를 금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술, 담배 등은 1군, 고온의 튀김, 적색육 등은 2A군으로 평가 돼 있으나 섭취를 제한하거나 금지하지 않는다.
Q. 감미료 중에서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된 사례가 있나
A. 현재는 아스파탐 외에는 없다. 감미료로 사용 중인 사카린나트륨은 동물에서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2B군에 분류 됐다가 암유발에 대한 과학적 근거 부족으로 3군으로 재분류됐다. 아울러 커피도 2B군에서 3군으로 재분류됐다. 3군은 인체발암성으로 분류할 수 없는 물질을 일컫는다.
Q. 국제 기관에서 평가한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대한 차이점은
A. IARC는 어떤 물질 자체의 암 발생 위험성을 확인하는 기초 단계다. 얼마나 많은 양에 노출돼야 위험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는다. 식품을 통해 실제 섭취했을 때 인체 위해성 여부는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국제기구인 JECFA에서 평가하고 있다.
Q. 앞으로 아스파탐 계속 사용할 수 있나
A. 현재 아스파탐 섭취 수준에서 안전성에 우려가 없기 때문에 아스파탐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