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반도체 전공트랙 삼성으로 갈아타자"…대기업 쏠림에 대학·중견기업 '난감'

추가 지원 후 기존트랙 포기 속출

일부 대학선 '갈아타기 금지' 처방

"정원규제 풀어 양질인력 순환 시급"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의 모습. 사진 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의 모습. 사진 제공=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예비 전문 인력들의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대기업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중견 기업의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기업과 산학 협약을 맺은 주요 대학들 또한 약속된 정원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난감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반도체 전공 트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의 A 대학은 최근 학과 내 공지를 통해 “특정 트랙에 지원해 장학생으로 이미 선정이 확정된 학생들이 삼성전자 트랙에 추가 지원해 선정된 후 기존 트랙을 포기하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 트랙에 선정된 학생은 삼성전자 트랙 지원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공 트랙은 학사, 석·박사 전공자를 대상으로 장학금과 학비를 보조하는 대신 졸업 이후 일정 기간 의무 취업하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이다.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로 주요 대학의 전공자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각 기업들이 계약학과와 함께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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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학의 경우 최근 2~3학기 사이에 삼성전자 트랙으로 이탈한 학생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에는 대기업 계열 전자 기업 B사와 중견 반도체 기업 C사 등도 트랙을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이 같은 이탈 현상으로 학교와 계약했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전자·반도체 기업들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쏠림 현상은 A 대학뿐 아니라 전공 트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주요 대학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체로 트랙당 연 10명가량을 모집하는데 2~3명만 이탈해도 인력 확보 전략에 큰 타격이 온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트랙 프로그램은 대학과 기업이 선발에 함께 관여하기 때문에 선정 이후 이탈하는 경우 차순위 학생을 뽑아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일부 기업은 약속한 트랙 정원 미달이 이어지자 대학에 항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계약학과와 트랙 프로그램을 크게 늘리면서 일부 업체들 사이에는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채용 시장에서 예전부터 나타났던 상황이 대학 내에서 되풀이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균형 잡힌 반도체 등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양질의 인력 순환이 나타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좋은 인재를 선점하겠다는 이유로 기업을 탓할 수는 없다”며 “수도권 정원 규제 등을 풀어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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