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지만 민간에서까지 배척하고 단절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교류를 통해 이해해야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11일 일본 도쿄 재일본YMCA회관에서 만난 한성대 3학년 홍규빈 씨는 “한국과 일본은 지리·역사·외교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역사 인식은 바로 갖되 다양한 교류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씨를 포함한 한성대 재학생 32명은 10일부터 4박 5일간 대학 측이 제공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쿄와 교토를 찾아 일본 문화를 체험하고 일본 속 독립 열사들의 흔적을 살폈다. 학생들은 3·1운동의 도화선이 된 2·8독립선언기념자료실, 이봉창 의사의 히로히토 일왕 폭탄 투척 의거지인 일본 경시청, 윤동주 시인이 수학했던 교토 도시샤대를 견학해 열사들의 독립 정신을 기렸다. 1학년에 재학 중인 김하은 씨는 “일본과 얽힌 한국 역사를 현지에서 보고 듣다 보니 적대적인 느낌보다는 일본을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성대 기행단이 올해 해외 탐방 목적지를 일본으로 정한 것은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서다. 학생복지위원회 조사에서 재학생 749명 가운데 일본을 선택한 학생이 무려 48.3%나 됐다. 한일 관계가 호전되면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 탐방이나 학술 분야 등 한일 대학 간 교류는 노(NO)재팬 운동과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양국을 이어주는 ‘끈’이 돼왔다.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한일 공동 고등교육 유학생 교류 사업’을 통해 매년 400명이 석·박사 학위 과정, 학부 1년 과정, 학부 단기 과정 등 다양한 형태로 교류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참여 인원을 500명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올해 초중고 학생들의 일본 수학여행 규모는 1만 3000명으로 노재팬 운동 이전 규모를 회복했다. 국립국제교육원이 진행하고 있는 한일 고교생과 청소년·교사 대상 학술·문화 교류 사업도 올해 570명이 참여해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섰다. 내년에는 630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호석 주일 한국대사관 수석교육관은 “교육 분야에서 한일 양국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상호 보완적 관계”라며 “규모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질적 측면에서의 노력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