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민간 분야에서는 한일 관계 해빙 무드를 타고 교류·협력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슈퍼 엔저(엔화 가치 하락)’에 힘입은 한국인의 일본 관광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본 수학여행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특히 일본 MZ세대를 중심으로 ‘4차 한류’ 바람이 불면서 한국어 시험 응시자가 연간 4만 명에 달하고 일본 유학생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14일 주일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일본에서 치러진 한국어능력시험(TOPIK·토픽) 응시 인원은 2만 3433명에 달했다. 2017년 2만 명대였던 토픽 응시자는 2021년 4만 957명으로 뛰었으며 올해도 남은 시험 응시 인원을 합하면 4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대학에 오는 일본 유학생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03년 2486명이었던 일본 유학생은 2021년까지 3000~4000명대를 기록하다 지난해 5733명으로 급증했다. K콘텐츠를 필두로 한 4차 한류가 한국어 학습, 한국 유학 등 교육 수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NO)재팬 운동과 코로나19의 여파로 위축됐던 일본 수학여행도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의 한일정상회담과 셔틀외교 재개 등에 힘입어 일본을 꺼리던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중고 140개교 1만 3041명이 일본 수학여행 계획을 세웠다. 노재팬 운동 이전인 2018년(1만 3383명)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대학 간 문화·학술 교류도 다시 시작됐다. 한성대는 10일부터 하계 방학 프로그램의 일환인 ‘한성인 문화탐방 기행단’을 통해 일본 도쿄·교토 탐방에 나섰다. 다른 대학들도 그간 중단한 일본 대학과의 문화·학술 교류 등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역사 문제가 남아 있고 오염수 방류 논란 같은 사안들도 있지만 한일이 문화·교육 등으로 교류를 지속해야 결국 이해를 높이고 불신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미래 세대인 학생들의 교류 증진은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관계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