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팔 때 아냐”라더니 1시간 뒤 27억 매도…'슈퍼개미'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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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 또 사상 최고가 찍으면서 가고 있지 않습니까. A사 4만원 이상까지 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4만원, 5만원까지, 얼마나 갈지 모릅니다."



5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했던 주식 유튜버 '슈퍼개미' 김정환씨(54)는 지난해 4월11일 오전 9시30분 라이브 방송에서 A사 주식 '홀드'를 추천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약 5시간 뒤인 오후 2시26분 A사 주식 1만1000주를 4만2450원에 팔아치워 차익을 실현했다.

김씨는 이와 같은 수법으로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유튜브 채널에서 5개 종목을 추천하고 모두 84만7066주를 187억원에 매도해 58억9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3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김씨의 공소장에는 미리 매수해둔 종목을 유튜브에서 추천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매도해 다른 개미들을 울린 김씨의 선행매매 수법이 자세히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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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1년 6월21일 오전 9시6분 유튜브 방송에서 "XX종목들은 크게 들어가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실적이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30여분 뒤부터 2만1000주를 팔아치웠다. 모두 7억7600만원어치다.

김씨는 또 "A사 4만원 이상까지 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4만원, 5만원까지, 얼마나 갈지 모릅니다"라며 이튿날 오전 9시10분 방송에서 같은 종목을 추천했다. 1시간가량 뒤인 오전 10시17분부터 6만8000여주를 던졌다. '4만원, 5만원까지' 목표가를 제시해놓고 정작 자신은 3만8850원부터 4만2800원 사이에 물량을 쏟아냈다. 매도금액은 27억2000여만원에 달한다.

이와 같이 김씨는 "팔 때가 아니다"라며 노골적으로 물량을 묶어놓고 자신은 매도 주문을 내 차익을 실현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는 본인과 아내 명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도 이용했다. CFD 계좌 매매는 외국계 증권사가 거래주체로 표시되는 점을 악용해 본인의 매도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주식을 보유 중인 사실을 숨긴 채 매수세 유입과 매도세 저지를 유도하고 자신은 반대로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라며 "유튜브 방송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이용해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고 봤다.

그러나 김씨의 변호인은 “김씨가 A사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송에서 언급한 적이 있으므로 보유 사실을 숨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씨는 전세금 7000만원을 종잣돈으로 주식에 투자해 수백억원대의 자산을 일군 ‘슈퍼개미’로 통했다. 그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유튜브 채널 운영을 중단했다. 수년간 올린 영상도 모두 내렸으나 이날까지도 구독자가 49만8000명 남아있다.


김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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