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YOU)’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다. 1927년부터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온 타임이 논란을 일으키고 주목을 받았던 대상은 사람이 아닌 무생물로 1982년 ‘컴퓨터’, 1988년 ‘위기에 처한 지구’였다. 이후 또 한 번 관심을 받은 사례가 바로 2006년의 ‘YOU’였다. 위키피디아·유튜브·블로그 등을 통한 개인 미디어가 세계적으로 확산됐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불특정 다수를 지칭하는 ‘YOU’가 올해의 인물이 됐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신선하고 충격적인 데다 왠지 모르게 설레기까지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YOU’는 뉴스와 콘텐츠의 주인공이자 제작자이자 유통자이자 논평가가 됐다. ‘이런 게 뉴스냐’라는 비판과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온라인뉴스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것은 ‘사연 뉴스’다. 탈이념의 시대라는 말이 ‘사어(死語)’로 느껴질 정도로 오래전부터 거대 담론은 대중의 관심사에서 벗어났다. 아직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막강해 뉴스는 ‘엄근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기는 하지만 너와 나의 이야기로 너도 나도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사연 뉴스 역시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하소연 혹은 미담 등이 소재가 되는 사연 뉴스야말로 ‘찐’ 현실이자 ‘세태’이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현실은 기자들의 전통적 취재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들의 사연 공개가 아니면 영원히 묻히게 된다.
사연이 뉴스가 되는 순간 ‘공론의 장’이 형성되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현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생각하게 된다. 이를테면 ‘축의금 5만 원 내고 4인 가족이 식사한 그냥 아는 동료에게 섭섭하다’는 사연에는 축의금 시세, 물가, 달라진 동료 관계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또 ‘스무 살짜리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다 손님의 디올 백에 액체가 튀자 가방 가격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사연, 지하철 의자의 토사물을 치우는 청년의 모습이 공개돼 훈훈함을 자아내는 뉴스 등 거대 담론에서 소외됐던 ‘당신’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당신의 ‘억울함’이 해결되기도 한다.
다만 비방이나 복수가 목적인 ‘주작’을 비롯해 지나친 사생활 침해 등은 부작용이다. 스마트폰·소셜미디어·커뮤니티 등은 어느 시대에도 없었던 가장 강력한 ‘파놉티콘(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고안한 원형 감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YOU’는 이제 어느 시대보다 강력하면서도 파괴적인 뉴스의 주인공·제작자·유통자·논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