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2호기가 올 4월 가동을 멈추기는 했지만 근무조는 여전히 5조 3교대로 돌아갑니다. 최신 안전 기준에 맞춘 노후 설비 개선은 물론 운전 편의를 위한 자체 설비 개선까지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 기관의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계속운전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달 12일 부산 기장군 소재 고리 2호기 주제어실(MCR)에서 만난 모상영 고리원전발전소장은 업무 현황을 이같이 소개했다. 주제어실에 있는 수천 개 버튼 사이의 검정 계기판에 ‘원자로 출력 0%, 발전기 출력 0㎿’라고 찍힌 것은 고리 2호기가 운영 허가 기간 만료로 가동을 중단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주제어실을 오가고 있었다. 모 소장은 “평소 발전부에서 10명이 한 조로 근무했다면 지금은 9명이 한 조로 근무한다”며 “운전 업무는 사라졌지만 기존 관리 업무에 정비 업무가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3월 계속운전을 신청하고 4월 가동 중지된 고리 2호기에는 ‘설비개선팀’이 신설됐다. 고리원전에서 만난 안전 업무 담당자는 “가동을 멈췄는데도 안전 대응 업무는 이전보다 3배가량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이 계속운전을 위한 주기적안전성평가(PSR)에서 ‘최신 운전 경험 및 연구 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 기준’을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리 2호기는 가동 중단 뒤 안전을 최우선으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리 2호기는 가동 당시에도 뛰어난 안전성을 보여줬다. 고장 정지는 지난 10년간 2건에 불과하고 3주기 연속 무고장 운전을 달성했다. 모 소장은 “부자 나라인 미국도 비슷한 원전에 80년 계속운전을 신청했다”며 “해체를 하지 않으니 방사선 배출량도 낮고 적은 비용으로 전기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 원전 계속운전에는 ‘빛과 어둠’이 없고 ‘빛과 빛’만 있다”고 강조했다.
설비만 개선하면 신규 원전을 짓는 데 드는 수조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원전을 돌리는 모든 국가에서는 계속운전이 보편화되고 있다.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 전 세계 252기의 원전 중 현재 계속운전 중이거나 계속운전 후 영구 정지된 원전은 92%에 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앞으로 7년 내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10기의 원전을 10년간 계속운전할 경우 107조 6000억 원 이상의 에너지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고리 2호기는 계속운전에 대비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확충도 계획 중이다. 현재 920다발을 보관할 수 있는 가로 16.7m, 세로 7.9m, 높이 12.75m 수조의 물 속에는 사용후핵연료 869다발이 저장돼 있다. 하지만 같은 수조에 연료봉을 더 조밀하게 보관하면 약 770다발을 더 저장할 수 있다.
한수원은 2025년 6월께 고리 2호기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 계속운전의 경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리 2호기가 내년께 10년 계속운전 허가를 받더라도 그 기간은 운영 허가 만료 시점인 올 4월부터 계산돼 실제 운영 기간은 10년이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국내법상 계속운전 횟수는 정해지지 않아 이후에도 계속 신청이 가능하다”면서 “계속운전 허가가 늦어져 원전 가동 기간이 줄어들지 않도록 기산일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