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띵동.’ 지난 2022년 9월 20일 늦은시간 A씨의 집에 초인종이 여러 차례 울렸다. A씨는 인터폰을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집으로 찾아온 남성은 다름 아닌 A씨의 전 남편 B씨였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반응이 없자 "당장 문을 열라"는 호통도 이어졌다. 불안감에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B씨는 현장에TJ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B씨의 차량에서는 흉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미 수 개월 전 이혼에 합의했고, 소송을 통해 재산분할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B씨는 A씨에게 “받을 돈이 있다”며 수시로 집으로 찾아오거나 전화로 협박을 일삼았다. 사건 당일에도 A씨는 B씨를 피해 친정으로 주거지까지 옮긴 상태였으나 B씨의 스토킹은 계속됐다. 사건 이후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으로 2주 넘게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B씨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왔기 때문에 A씨는 언제 다시 찾아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특히, 지난 3월 접근금지 조치 만료를 앞두고 A씨의 불안감은 극대화됐다. 현행법상 동일한 스토킹 범죄에 대한 접근금지 조치(2개월)는 두 차례만 연장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동일한 범죄 사실로 이미 체포·구속한 사람을 다시 체포·구속할 수 없도록 하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다. B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지난 9월 최초 접근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이후 2차례 연장을 거쳐 검찰에 송치된 시점 B씨에 대한 접금금지 등 보호 조치는 만료를 앞둔 상황이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 군산지청 형사1부 김광제(변호사시험 8회) 검사는 A씨의 진술을 반영해 잠정조치 연장을 재청구에 나섰다. ‘동일한 스토킹 범죄라도 스토킹 범행 재발 우려가 있다면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재청구 할 수 있다’는 지난 2월 대법원의 판례가 결정적이었다. 법원은 범죄 재발 우려와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보고 B씨의 접근금지 잠정조치 영장을 새로 발부했다. 최신 판례를 확인해 수사 중인 사건에 적극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김 검사는 “증거기록을 확인해보니 피의자가 피해자 집에 찾아갔을 때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고,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의사를 확인했다”며 “피의자가 피해자 주변인에게 연락하는 등 스토킹 행위에 적용되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피해자가 불안감을 느끼는 유형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접근금지는 스토킹범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A씨는 1심 선고일까지 10개월간 접근금지 조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지난 2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스토킹범죄재범예방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스토킹범이 초범인 경우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공판 단계에서 잠정조치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 보호 필요성 및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양형사유에 반영되도록 한 사례”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