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발전은 단순히 정치적 어젠다가 아니다. 헌법적 가치이자 입법과 정책의 기준이다. 실제로 헌법 전문의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비롯해 헌법 제119조 제2항에는 ‘균형있는 국민경제 성장’이 적시돼 있고 헌법 제123조 제2항에도 ‘지역간 균형발전’이 규정돼 있다. 이와 함께 위험 분산을 통한 국가의 지속가능성 증대, 납세의무를 지닌 국민의 평등권 구현 그리고 국민 통합을 위해서도 국토 균형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주요 국정과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을 위해 10일 대통령 직속의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과 국토불균형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지난 60년간 역대 정부는 불균형 해소를 위한 수 많은 정책들을 수립하고 집행했다. 그러나 2019년 12월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의 인구를 추월할 만큼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됐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상호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하지만 그동안 각각 독자적 법률에 따라 추진체계가 분리돼 있어 정책적 효과가 부족했다. 즉 지방이 국가·지역적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도록 분권·혁신을 기반으로 스스로 양질의 교육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 여건과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복합적 처방이 필요하다. 또 교육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균형발전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부부처 간 정책의 엇박자도 적지 않았다. 그런 만큼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통합 컨트롤타워이자 지방시대 국정과제를 총괄·조정하는 지방시대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수도권 과밀의 가장 큰 이유는 교육 문제였다”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역대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부가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원인 진단과 교육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나라 불균형의 주요 원인으로 우수한 교육기관과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이 꼽힌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지역발전에 가장 큰 요소는 인적자원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대졸자 이행 실태 분석을 통한 고등교육 성과 제고 방안’에 따르면 비수도권 권역에서는 20% 내외의 고교 졸업생들이 수도권 일반대학으로 진학하는 반면 수도권에서 비수도권 대학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충청권(약 20%)을 제외하면 2% 내외로 매우 낮았다.
그리고 비수도권 일반대학의 30% 내외(충청권 57%, 강원권 64%) 졸업생들이 수도권 직장으로 이동하고, 수도권에서 일반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1~2%만이 비수도권 지역에 취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최근 고등학교 성적 우수졸업자 대부분이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지역을 떠나고 있다.
서울의 중위권 학생들은 지방에 소재한 대학으로 진학한다.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했던 학생들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의 기업에 취업하고, 지방 대학에 진학했던 수도권 출신 학생들은 졸업 후 다시 서울과 수도권에 취업하는 양상을 보인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대학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사업을 확대해 우수인력을 키우고, 그 인력들이 지방에 거주하면서 지역 발전을 이끌도록 하는 실질적인 ‘지방대학시대’의 구현이 필요하다.
우 위원장은 “지방시대위원회가 부처별로 시행하는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해 이번 정부가 지향하는 자유와 공정이라는 국정 철학을 반영하겠다”고 천명했다. 결국 이는 곧 전국 어디서나 기회가 공정한 ‘균형잡힌 국토공간’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