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소똥구리를 복원하기 위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환경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오는 9월 적합한 서식지를 선정해 몽골에서 채집해온 소똥구리 200마리를 방사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소똥구리는 지난 4월 국립생물자원관이 발간한 ‘국가생물자료집 곤충 Ⅱ·Ⅲ’에서 ‘지역절멸’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역절멸은 ‘지역 내 잠재적 번식능력을 가진 마지막 개체가 죽거나 지역 내 야생에서 사라졌음을 의심할 이유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소똥구리는 과거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지만 점점 가축을 방목해 기르지 않게 된 데다 항생제를 첨가한 사료 등으로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서 삶의 터전을 잃었다. 또 녹지화 사업으로 서식지인 모래벌판이 사라지고 살충제와 농약 등 화학약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소똥구리는 멸종위기에 놓였다.
1969년 8월 이후 공식적으로 채집된 적 없다. 다만 구체적인 목격담이 있어 1970년대까지는 한국에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똥구리는 똥을 먹고 사는 딱정벌레다. 애벌레는 40일 정도면 우화하고 평균 2∼3년 산다. 한국에서는 4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활동하다 겨울잠에 들곤 했다.
소똥구리는 말똥을 제일 좋아하지만 인분(人糞)도 먹는다. 알을 낳을 때는 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린다. 소똥구리 몸무게는 0.3∼0.4g이고 경단 무게는 평균 4.22g이다. 산란을 위해 자신보다 10배는 무거운 공을 나르는 셈이다.
경단을 굴려야 하다 보니 피복도(식물이 표면을 덮은 정도)가 20∼40%로 낮고 물기가 많지 않은 모래벌판에 산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이런 습성에 알맞은 방사지를 선정 중이다. 현재까지 서식지 적합도 평가를 받은 곳은 충남 태안군 신두리사구, 제주도 제주시 해안동·노형동, 전남 장흥군 운주리와 신안군 자은도 등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소똥구리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태안군은 자체적으로 2020년 10월부터 신두리사구에서 소똥구리 서식지 복원사업을 진행해왔다.
지금은 신두리사구 일원에 한우 5마리를 방목 중이며 근연종인 뿔소똥구리를 풀어 소똥구리가 살기에 적합한지에 대한 사전 조사도 실시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2019년부터 소똥구리 복원을 추진해왔으며, 당시까지만 해도 소똥구리가 수입 금지 대상이라 연구 목적으로만 들여올 수 있었다.
소똥구리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때 도입된 소똥구리는 생활사와 한국 생태계 적응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활용됐다.
이후 소똥구리 수입 금지가 해제돼 지난해 몽골에서 소똥구리 230마리를 도입해 증식하면서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센터는 지난달 300마리를 잡아 왔고, 이달 말에도 몽골로 떠나 300마리를 추가 채집해올 예정이다. 여기에 국내에서 증식한 개체까지 합하면 1000마리 정도 된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이 중 200마리를 오는 9월 서식지에 방사할 예정이다. 한 번에 200마리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여러 세대에 걸쳐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개체수, 즉 유효 개체군 크기를 200마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소똥구리 복원 필요성은 이들이 생태계에서 청소부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소똥구리가 경단을 굴리고 모래에 묻는 과정에서 땅에 숨구멍이 만들어지고 넓은 지역에 걸쳐 깊은 토양까지 유기물질과 영양분이 공급된다.
소똥구리가 먹지 않은 대형초식동물 분변을 분해하지 않은 채로 지표면에 두면 비가 올 때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수질을 오염시키고 파리나 기생충이 창궐할 수 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진에 따르면 소똥구리가 가축 분뇨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영중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곤충·무척추동물팀장은 “모든 생물은 생태계에서 각각의 역할을 갖는다”며 “그 역할을 하던 종이 사라지면 다른 30종이 영향을 받는다”고 소똥구리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