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워라밸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의 유형화 (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연구논문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에 대해 노동 시간과 가족 시간에 대한 주권(선택권) 수준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다.
연구진은 2021년을 기준으로 한 OECD 통계를 통해 자료 확보가 가능한 31개국의 시간주권 보장 수준을 노동 시간과 가족 시간 등 2가지 영역에서 모두 26개 지표를 통해 점수를 매겼다.
시간주권은 개인이 자유롭게 시간 배분을 조직화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을 뜻한다. 시간주권이 보장된 상태가 일과 생활 등 두 영역에서 시간을 적절하게 투입할 수 있는 상태인 만큼 시간주권이 보장되는 정도는 워라밸 보장 수준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노동 시간은 △ 근로시간 △ 고용률과 맞벌이 수준 △ 소득 △ 보육 환경을 통해, 가족 시간은 △ 휴가 기간 △ 휴가 사용률 △ 휴가의 소득 대체율 △ 모성·부성 관련 휴가 법적 보장 등을 통해 각각 시간주권 수준을 점수화했다
31개 국가의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1601시간으로 나타났다. 근로 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한국으로 1915시간에 달했다. 그리스(1872시간)와 폴란드(1830시간)가 그 뒤를 이었다. 근로 시간이 가장 낮은 독일(1349시간)에 비하면 한국의 근로 시간은 연간 50%가량 더 많다.
주당 근무 시간이 48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자' 비율 역시 한국이 압도적이었다. OECD 평균은 7.4% 수준이었지만 한국은 18.9%로 조사됐다.
유자녀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평균 73.6%로 나타났는데, 스웨덴이 87.2%로 최상위를 기록했지만 한국은 57.0%로 이탈리아(56.7%)에 이어 가장 낮았다.
남녀 성별 임금 격차는 평균 11.5%포인트 차이를 기록했는데 한국은 약 3배 높은 31.1%포인트를 보였다.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낮은 국가인 룩셈부르크(3.4%포인트)와는 10배 가량 차이를 보인다.
연구진은 OECD 국가 중 통계 확인할 수 있는 31개국의 시간 주권 보장 수준을 노동시간과 가족 시간 등 2가지 영역, 26개 지표를 통해 수치화했다. 그 결과 한국은 1점 만점 중 노동시간 영역에서는 0.11점으로 28위를, 가족 시간 보장 영역에서는 0.37점으로 20위를 기록하며 모두 최하위권에 속했다.
연구진은 "한국은 가족 시간과 노동시간 보장 수준이 모두 낮아서 일-생활 균형 시간을 보장하는 정도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은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보고될 정도로 OECD 국가 중에서 독보적으로 출산율이 낮고 일과 가족을 양립하기 어려운 국가라는 평가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생활 균형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 사회가 더욱 확대하거나 개선해야 할 영역이 가족 정책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