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방만 재정, 지켜만 보는 나라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총 4차례 깎아 1.5%로 조정했다. 수출 중심국 중에서도 이렇게 연이어 성장률이 하향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하반기 수출 반등을 기대했지만 중국의 침체 장기화로 이 역시 힘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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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국가채무는 5월 기준 1089조 원에서 계속 불어나 올해 사상 최대인 113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대 경제성장률을 적용해 산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은 50.4% 수준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정부부채비율은 최근 3년간 선진국 평균의 2.5배 속도로 상승했다. 저출생·고령화가 가속하고 있는 인구구조를 고려하면 향후 재정 부담은 급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가 재정건전성에 금이 가고 있지만 정작 이를 통제하기 위한 논의는 3년째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을 법제화하지 않은 곳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튀르키예와 한국 둘 뿐이다. 정부가 국가채무와 재정적자 비율을 GDP의 60%,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국제기구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에 재정 운용을 통제할 준칙을 도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월 방한한 빅터 가스파르 IMF 재정국장 역시 “(재정준칙 도입은) 경제 신뢰 수준을 높이기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과거 복지병에 허덕이던 유럽 국가들 역시 재정준칙 도입 후 빠르게 부채비율을 조정해나갔다. 독일은 신규 채무를 GDP 대비 0.35% 이내로 못박는 재정준칙 채택 후 2012년 91%에 육박하던 정부부채 비율을 20%포인트 넘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스웨덴 역시 준칙 효과로 부채 비율이 30%대까지 낮아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럽연합(EU) 내에서 준칙의 강도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긴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통제할 기본 장치가 필요하다는 합의는 깔려있다. 방만한 재정으로 불어난 부채를 감당해야 할 이는 다름 아닌 우리의 미래 세대다. 한국도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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