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을 국가전략기술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건축물·토지도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돼야 합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린 ‘바이오경제 2.0’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같은 업계의 공통된 건의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는 지난 3월 이른바 ‘K칩스법’을 통해 백신 생산 기술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켰다.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 따라 백신 관련 시설 투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25%,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15%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의 범위를 현행 백신에서 바이오 의약품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바이오 의약품 제조 역량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특법 제 24조와 시행령 21조에 따르면 토지와 건축물은 세액 공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규모 건축물을 지어야 하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바이오 의약품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더라도 실질적인 혜택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은 첨단산업인 만큼 건축물 구축부터 많은 비용이 든다”고 했다.
국내 바이오 의약품, 백신 제조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2032년까지 72만ℓ 규모의 제2바이오캠퍼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총 투자 금액은 7조 5000억 원에 달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2030년까지 36만ℓ의 위탁생산(CMO) 공장 설립에 3조 7000억 원을 투자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2025년까지 연구·공정개발(R&PD) 센터 투자금액으로 3257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3사 투자 예정 금액만 11조 원이 넘는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월 바이오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포함시키고 국가전략기술 산업의 공제 범위를 건축물과 토지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과 함께 제출된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세액공제 범위에 토지가 추가될 경우 2024~2025년 연평균 2495억 원의 세수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정 의원은 “바이오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구개발비와 시설 투자비가 더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국가전략기술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세액공제의 대상에서 토지가 제외돼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시행령을 먼저 고친 후 입법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세수 감소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의 투자를 통한 고용 유발 등의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총 15조 7000억 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촉진시키고 세액공제 확대, 인프라 구축 지원 등에 나서 2030년까지 100조 원 규모의 ‘바이오 경제’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바이오 산업을 국가전략기술이 아닌 초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야 한다”며 “세액 공제 등 인프라를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