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나라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경기부양책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은 금리 인하가 위안화 약세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의 결과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통화 가치 유지와 경기 회복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선뜻 움직이기 어려운 중국 경제의 현실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에 부진한 경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등 ‘연 5%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한 새로운 카드도 꺼내 들었다.
◇인민은행 기준금리 동결…경기부양·통화가치 딜레마=인민은행은 20일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전월과 같이 3.5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5년 만기 LPR도 4.20%로 묶었다. 1년 만기 LPR은 신규 및 기존 대출의 기준으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며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3%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고 청년 실업률은 6월 21.3%로 사상 최고를 찍으며 경기부양책에 대한 요구가 있었지만 인민은행은 동결을 택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에서는 금리를 인하하면 미국과 금리 격차를 더 키워 위안화에 추가 약세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배경을 짚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민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면 이날 현재 달러당 7.18위안으로 포치(달러당 7위안)를 일찌감치 깬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고 자금 유출을 재차 부채질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반대로 지난달 10개월 만에 단행했던 금리 인하 효과를 파악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후 하반기 금리 인하는 물론 추가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계속 거론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주택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모기지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라고 20일 보도했다. 부동산 대출 업체에 대한 대출 만기 1년 연장 등 기존 정부의 대책이 부동산 시장을 반등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2분기 부동산 부문 성장률은 -1.2%로 2개 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태다. 레이먼드 청 CIMB증권 중국·홍콩리서치책임자는 “정상적인 시장이면 이 정도 완화로 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도시에서 모기지금리를 낮추는 등 더 많은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中상무부 “비경제적 요소 얽혀 형세 엄중”=하지만 중국 안팎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증권보의 20일 보도를 보면 리싱첸 상무부 대외무역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하반기 대외 교역 조건에 대해 “경제적·비경제적 요인이 서로 얽혀 형세가 극히 엄중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리스킹 등을 “정상 교역을 막는 장애물”로 칭하며 “국가가 무역을 정치화하면서 주문·생산이 중국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공급자와 구매자 모두의 경제적 이익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의 6월 수출량이 전년 동월 대비 12.4%나 감소하고 수입도 6.8% 줄며 디리스킹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하는 형국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디리스킹 저지에 필사적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미국 정부의 추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자 중국은 ‘공조’ 카드를 꺼냈다. 관변단체 격인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는 19일 성명에서 “미국이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제한 조치로 반도체 산업 글로벌화와 세계 공급망 안정을 파괴했다”며 “결국 미국 반도체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미중 양국 반도체 업계가 공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중국은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가 16~19일 방중했을 당시 회담에서 기후변화 협력을 디리스킹 해제를 위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은 케리 특사와의 회담에서 “양국 정상의 (지난해 11월) 발리 공동 인식을 이행하고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 3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