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주가조작 대응과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자본시장국장 공모제를 10년 만에 폐지하고 임명직으로 전환했다. 그간 외부 지원자가 극히 드물었던 데다 현안이 어느 때보다 산적한 상황이어서 인사를 최대한 빨리 단행하려는 포석이다. 신임 자본시장국장에는 박민우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이 내정돼 이르면 내주 발표할 예정이다.
21일 금융 당국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금융위는 2013년부터 공개모집으로 선출하던 자본시장국장을 최근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인사 발령직으로 바꿨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이윤수 전 자본시장국장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으로 승진·임명했다.
금융위가 자본시장국장 공모를 포기한 건 잇딴 주가조작 사태에 따른 제도적 보완과 증시 선진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공모를 거칠 경우 최종 선발까지 지원자 접수부터 서류심사, 면접 등 복잡한 인사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자본시장국장은 고위공무원 나급으로 주식·채권·펀드 시장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당국의 핵심 보직이다. 최근 대규모 주가 조작 혐의를 받는 ‘라덕연 사태’로 관심을 모은 자본시장조사과 등도 자본시장국장 산하다.
정부는 2000년 공무원 공모 제도를 도입한 이후 금융정책이 재정경제부에 있던 시절에는 금융정책국장을 공모해 뽑았으며 2013년부터 공모 대상을 자본시장국장으로 바꿔 2년 임기를 부여했다. 2013년 선임된 이현철 전 국장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인사 교류 형태로 선임돼 실질적으로 첫 공모 출신은 김학수 전 국장(현 넥스트레이드 대표)이다.
금융위가 아닌 타 부처 고위공무원에도 자리를 맡겨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자본시장국장은 2015년부터도 지원자가 부족해 선출 과정을 미루는 등 난항을 겪었다. 이후에도 줄곧 무늬만 공모제일 뿐 금융위 내부 출신이 선임됐다. 실제 자본시장 분야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해 다른 부처 관계자가 맡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위가 자본시장국장 공모를 폐지하면서 위원회 내 유일한 공모직 자리는 다른 직위로 옮겨갈 전망이다. 박 단장이 신임 자본시장국장으로 확정되면 자본시장과장 등 그 아래 실무진도 연쇄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다음 인사 수요가 발생하면 그때 인사처와 논의해 공모직을 신설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