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명문대 출신에 유학파와 박사가 가득한 곳에서 평범한 학부 졸업생으로 입사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절실함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에 임하는 것뿐이었다.” (고동진)
“도전이야 말로 스스로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현실에 안주하는 이는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없고 자신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황창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현 삼성전자 고문)이 펴낸 ‘일이란 무엇인가’와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전 KT 회장)의 ‘황의 법칙’에 나오는 말이다. 삼성전자의 주역들이 잇따라 책을 펴내며 한국 경제의 재도약과 개인의 성장을 촉구하고 있다. 고동진은 ‘관리’ 측면을, 황창규는 ‘기술’을 더 강조하고 있다.
‘일이란 무엇인가’는 고동진 고문이 평사원에서 시작해 사장에 오르고 세계 최고 수준의 거대 기업을 이끌면서 겪었던 경험과 노하우, 조언을 담았다. 그는 “38년간 조직 생활에서 고민하고 실천했던 경험과 나름의 노하우를 나누고자 쓴 책”이라고 설명했다.
고 고문은 입사하면서 처음부터 ‘사장’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물론 일들이 쉽지는 않았다. 책에서 그는 2006년 한쪽 귀의 청력을 잃은 일화도 공개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뭔가 포기하고 싶을 때면 이름 석 자를 끊임없이 되뇌며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고동진, 여기서 그만둘 거야? 후회 안 할 자신 있어?’”라고 썼다. 그는 결국 2015년 IM부문 사장, 2018년에는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됐다.
새로운 세대들에 대해 고 고문은 “일과 삶은 늘 함께 갈 수밖에 없는 하나의 세트”라며 “회사뿐 아니라 집에서도, 일할 때뿐 아니라 일하지 않을 때도 목표를 생각하고 추구하며 노력하는 것이 저의 ‘워라밸’”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성공하려면 시간, 정확히는 시간 관리부터 출발하라”며 “퇴근 전에는 늘 다음 날 할 일을 시간 단위로 정리하는 ‘투 두 리스트(to do list)’를 만들어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사장에 승진한 이영희 사장을 가리켜 “L사장은 조직 운영 리더십, 마케팅 경험, 전체를 읽는 감각이 누구보다 뛰어난 인재”라고 평가하는 등 삼성 내외의 인물들에 대한 품평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고동진에 앞서 삼성전자 사장을 맡았던 황창규 전 KT 회장의 ‘황의 법칙’은 그가 연세대에서 일곱 차례 강연한 내용을 모았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의 주인공으로 책 제목도 이에서 땄다.
황 전 회장은 “모든 혁신은 리스크에서 탄생한다”며 “스스로 리스크에 뛰어들어 이를 이겨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에 바탕을 둔 ‘파괴적 혁신’ 사례로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소개하고 있다.
그도 “젊은이들이 워라밸이라는 일과 삶의 밸런스에 집중하다 더 큰 걸 잃을까 염려한다”며 “자신의 한계와 대면하고 이를 극복해내는 시간은 결코 삶의 균형만을 추구하는 이가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책에서는 임원 제안을 마다하고 실무자로 삼성에 입사했다거나 이건희 회장에게 당시 1등 업체였던 도시바와의 협업을 거절하고 독자 사업을 요청했던 일, 스티브 잡스·일론 머스크와의 담판 등의 일화를 소개한다. 이어 KT로 옮겨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만든 과정도 흥미를 끈다. 각각 1만8000원,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