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세계 경제 '쌍두마차' 옛말?…가난해진 유럽 반값 행사 등에 긴 줄

생산성 부진·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 크게 감소

"물가 너무 올라 일상 감당하려면 부업 필수"

고령화·코로나·우크라 등 문제 얽혀 경기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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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를 이루던 유럽이 가난해지고 있다. 생산성 부진과 물가 상승 등으로 유럽의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해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탓이다. 2035년까지 이 기조가 유지되면 미국과 유럽 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 격차가 현재 일본과 에콰도르 간 격차만큼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인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제 양상을 마주하며 "가난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경기 침체는 소비 실태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WSJ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일상에서 소비를 줄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와인과 푸아그라를 덜 먹고 독일에서는 육류와 우유 소비를 줄이는 식이다.

소비를 줄이는 흐름은 유럽의 중산층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부유한 도시 중 하나인 벨기에 브뤼셀 시민들조차 반값에 물건을 사기 위해 상점에 줄을 지어 설 정도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모아 싼값에 되파는 사업이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한 시민은 "물가가 너무 올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충당하려면 부업이 필수적"이라며 현재 유럽인들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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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소비 감소'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해도 2019년 말부터 현재까지 유로존 20개국의 민간 소비량이 1%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민간 소비량이 9% 증가한 점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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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 소비 지출 중 유럽은 약 18%, 미국은 약 28%에 달한다. 15년 전 유럽과 미국이 전 세계 소비량의 각각 25% 내외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15년 전에 비해 유럽은 7%가량 줄고, 미국은 3%가량 늘었다.

미국과 유럽의 격차는 소비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데이터는 유로존이 달러 기준으로 최근 15년간 약 6% 성장했지만, 미국은 82% 성장했음을 밝혔다. 유럽국제정치센터가 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일부 지역을 제외한 모든 미국 주보다 EU 국가가 1인당 평균적으로 더 '가난해졌다'. 또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5년에는 미국과 EU의 1인당 GDP 격차가 현재 일본과 에콰도르의 격차만큼 커진다고 전망했다.

유럽 경제가 이토록 침체하기까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유럽연합(EU)의 여러 국가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생산성이 떨어진 점을 들 수 있다. 또 수출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의 최대 시장인 중국 경제 회복이 더딘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이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이 얽혀 유럽 경제는 침체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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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경제는 회복될 수 있을까. WSJ는 유럽 국가들이 이러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저성장과 금리 상승으로 인해 유럽 복지 국가들의 부담이 증가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국가 보조금이 무색해졌다는 설명이다.

유럽의 빈곤화가 진행되며 유럽 전역에서 노동조합이 다시 강세를 보인다는 점도 WSJ은 주목했다. 다만 유럽의 노동조합은 높은 임금보다 '워라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독일에서는 금속노조가 임금 인상 대신 주 4일 근무를 요구하거나, 보건산업종사자들이 풀타임 대신 주당 30시간 근무를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한 유럽에도 임금 상승 압력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변수도 우려했다. 국방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유럽 국가들의 추가 증세 압력 또한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김은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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