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수도권 지역을 강타한 장맛비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앞서 발생한 수해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중부와 남부 지방에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이번 집중호우는 25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후에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당분간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한반도 서해상에는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서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만나면서 긴 비구름대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주말 동안 수도권과 서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 전날 밤 12시부터 이날 오후 9시까지 내린 누적 강수량은 전남 무안 203㎜, 충남 태안 192㎜, 전북 부안 178.5㎜ 등이다.
기상청은 수도권과 서해안 일부 내륙에 집중됐던 강한 비가 24일부터 남하해 충청 지역과 전라권, 남해안과 제주 등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전망했다. 25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경기·인천·서해5도 30~80㎜, 경기 남부 지역 최대 120㎜ 이상, 대전·충남 지역 150㎜ 이상, 광주·전남 최대 200㎜ 이상이다.
일부 지역에는 국지성 호우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충남 서해안, 충남 남부, 전라권 등에는 강한 비구름대의 유입으로 시간당 30~60㎜에 달하는 비가 예보됐다. 내륙 지역인 강원과 충북 일부 지역에도 시간당 30~50㎜ 정도의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지역에 예상되는 강수량은 시간당 30㎜ 내외 정도로 예상된다.
또다시 큰비가 예상되자 행정안전부는 22일 오후 9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2단계로 올렸다. 앞서 행안부는 장맛비가 소강 상태를 보임에 따라 이달 17일 중대본 비상 3단계를 1단계로 내린 바 있다.
서울경찰청은 수도권에 호우가 예보됨에 따라 시내 경찰서 31곳 전체에 재난 비상 갑호를 발령하고 교통 통제 등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갑호 비상은 관련 기능 경찰력을 100%까지 동원할 수 있는 최고 비상 단계다. 경찰관들은 연가를 중지하고 지구대와 파출소장을 포함한 지휘관은 사무실 또는 현장에서 근무해야 한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집계된 전국 누적 강수량은 591.5㎜로 1973년 관측을 시작한 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내린 평년 강수량은 281.8㎜다.
올해 비 피해가 컸던 전라권과 충청권·경북권 누적 강수량도 역대 1위를 찍었다. 특히 이달 22일까지 이 지역에 내린 강수량은 각각 전라권 736.6㎜와 충청권 736.6㎜, 경북권 590㎜로 평년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이 지역의 평균 누적 강수량은 전라권 287.7㎜, 충청권 266.2㎜, 경상권 275.4㎜다.
평년에 비해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인명 피해도 어느 때보다 컸다. 중대본이 집계한 피해 현황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국에서 47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경북 지역에서만 2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으며 충청권에서도 21명이 사망했다.
기상청은 비구름대가 25일부터 점차 남쪽으로 이동하겠으나 남하 속도가 더뎌 충청권과 전라권에는 계속해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임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충청권과 전라권 일부 지역에는 25일 오전까지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다가 오후부터 빗줄기가 가늘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이후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비 소식은 아직 없다. 다만 기상청은 현재 필리핀 마닐라 동쪽 해상에서 천천히 이동 중인 제5호 태풍 ‘독수리’의 강도와 진로에 따라 26일 이후에도 정체전선에 의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강하고 많은 양의 비가 예보돼 있는 상황에서 여름휴가철을 맞아 산간이나 계곡으로 떠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드린다”면서 “그간 내린 많은 비로 인한 갑작스러운 산사태 등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