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남북 경제공동체라는 허상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 남한 대신 중국 원조에 의지

'핵 고수' 北에 남한도 관심 사라져

20여년 남북 교류협력 시도 수포로

'북 개방' 꿈 버리고 핵 억제 집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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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후 남북 관계는 위기에 빠졌다. 이 위기는 처음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 위기와 다른 점이 있다. 이번에는 남북한 정치 엘리트 모두 위기를 극복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 노력하지도 않고 있다.

이 상황을 북한 입장에서 살펴보자. 북한은 지난 30년 동안 남한을 ‘버튼만 누르면 원조를 제공하는 자판기’로 봤다. 북한은 계속 통일을 운운했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생각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통일 한국’에서 북한 엘리트층은 특권과 권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대남 정책의 핵심 요소는 남한에서 가능한 한 많은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었다.



현 단계에서 북한은 남한의 원조에 대한 수요도 많이 떨어졌으며 그 원조를 받을 방법도 사라졌다. 남한의 원조가 옛날만큼 필요하지 않는 이유는 중국의 태도에 있다. 2019년 이후 심각해지는 미중 대립 때문에 중국은 북한을 귀중한 완충지대로 생각하고 북한 내부에 위기가 생긴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도 가로막을 의지를 굳혔다. 그 때문에 중국은 북한이 필요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으로서는 조건도 있고 부작용도 있는 남한과의 교류와 원조보다 중국의 원조에 의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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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를 통해 얻을 것이 없다. 게다가 남한과의 교류는 북한 내부에 위험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 지도부는 남한을 무시하고 예측 가능한 미래에 남한과 접촉·교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남한도 북한과의 교류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얼마 전까지 남한이 북한과 교류한 것은 북한의 변화를 불러오기 위함이었다. 북한을 도와주고 경제개발을 지원한다면 북측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하고 남한과 경제 공동체를 만들 줄 알았다. 이것은 처음부터 소박한 생각이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심한 위기에 직면하고 리비아·이라크·우크라이나가 간 길을 따라갈 가능성도 있다. 이 나라들은 핵 프로그램을 여러 이유 때문에 포기했고, 결과적으로 외부의 공격을 받았다.

남북 경제 공동체는 불가능한 얘기다. 북한은 남한과 경제 교류의 필요조건인 인적 교류를 허용할 수조차 없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의 특징상 이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남한 유권자들은 대를 이어 막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했을 것이다.

남한에서 20여 년 동안 남북 교류 협력을 시도한 결과는 제로다. 정확히 말하면 제로보다는 마이너스다.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수소폭탄이라는 무서운 무기를 보유했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남매는 지난해부터 전술 핵까지 말하기 시작했다.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유토피아가 된 지 오래된 경제 공동체나 통일의 꿈을 단호히 버리고 대북 억제의 충실화 및 핵 잠재력 확충에 더욱 노력하는 것이다.

이번 남북 관계의 위기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양측은 접촉할 필요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남북 관계는 오늘날처럼 동결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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