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원전 3000년부터? 기나긴 팥빙수의 역사

[가지가지로 세상읽기]<4>

■김관숙 선거연수원 초빙교수

여름이면 생각나는 디저트 ‘팥빙수’

빙수의 역사, 기원전 3000년까지 거슬러 가

지금의 '팥빙수', 일본의 ‘얼음팥’과 닮은 꼴





덥다, 덥다, 너무 덥다. 온 나라를 쓸어낼 듯 폭우가 쏟아지더니, 이젠 한여름의 더위로 땀이 비 오듯 한다. 이럴 땐 너나 할 것 없이 시원한 것이 제일이렷다. 아이스 커피도 좋지만 바야흐로 빙수의 계절이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탐험가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 중국인들이 즐겨 먹었다는 ‘얼음 우유’의 제조법을 베네치아에 전했다고 기록했다. 이후에도 얼음이나 눈을 이용해 만든 천연 빙수가 많이 등장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내 어릴 적엔 눈 내리는 날이면 신나서 하늘 보고 입 벌려 눈 받아먹는 아이들이 많았다. 맛보다도 혀에 닿는 싸한 감촉이 좋았을 게다. 물론 지금 같은 시절엔 꿈도 못 꿀 일이고, 요즘 아이들은 믿지도 않을 게다.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 원정 때 지쳐 쓰러진 병사들에게 꿀과 과일즙을 얹은 눈을 먹였다고 한다. 우리도 조선시대 때 복날이면 관리들은 서빙고의 얼음을 하사받았다는데, 이 얼음을 잘게 부숴 과일과 섞어 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빙수라기보단 화채에 가까운 듯하지만, 암튼 냉장고도 없던 그 시절에 얼마나 달고 시원했을까.



지금 형태의 ‘팥빙수’는 일제 강점기 때 전해졌다는 일본 음식 ‘얼음팥’과 닮은 꼴이다. 팥으로 만든 음식을 즐기는 우리인지라 팥빙수는 금세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요즘엔 빙수의 재료가 너무도 다양해져 정작 팥 없는 빙수도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빙수 하면 팥이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중 하나인 남편은 거기에 미숫가루도 팍팍 뿌려줘야 한다는 주장인데, 요즘에는 이런 전통 팥빙수가 되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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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하면 무려 4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탑’을 손에 꼽는데, 빙수 입자가 아주 고와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조선시대 얼음 저장고 이름답게 빙수집 이름으로 제격인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동○고’도 유명한데,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문 닫기 전에 꼭 가야 할 가게로 뽑힌 수제 팥빙수 맛집이다. 지방에는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외할머니 ○○’와 부산 ‘할매 ○○○’가 유명하다니 언제고 꼭 가볼 계획이다. 하긴 맛없는 빙수는 없다. 깡통시장 골목 난전의 이름 없는 팥빙수조차도 푸짐하고 맛만 좋았던 기억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일산의 오래된 단골 ‘빨간○’이 제일 마음에 든다. 여기는 가격까지 착한데 맛과 품질, 품새에서도 전혀 손색 없는 전통 팥빙수집이다. ‘○○○○ 옥루몽’이라는 예스러운 이름의 프랜차이즈는 놋그릇과 놋수저를 사용하는데 우리네 담음새가 꽤나 멋있었다.

언젠가 인천에서 강의를 마친 후 차이나타운에서 발견한 ‘콩○’도 기억에 남는다. 일본식 건축물이라 가게의 풍취 또한 남달랐는데, 전통 카스텔라가 빙수보다 더 달콤했던 곳이다. 둘러보면 빙수 프랜차이즈 ‘설○’이 어디든 있고, 이제는 웬만한 카페며 빵집에서도 독특하고 신기한 빙수가 넘쳐난다.

팥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고 피로회복과 기억력 증진에도 좋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찬 음식과 궁합이 별로지만 이 더위에 팥빙수는 떼놓기 어려운 좋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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