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공개검증 vs 마녀사냥…시험대 오른 '의원 코인' 공개

자문위, 27일 11명 거래내역 공개

일부 의원 "전량매도" 해명에도

이해충돌 소지 상임위 배제 요구

성실 신고가 되레 불이익 우려도

"단발성 폭로보단 제도안착 중요"


‘코인 사태’로 의원직 제명 위기에 놓인 김남국 무소속 의원 외에도 여야 의원 10명의 가상자산 투자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정치권에서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상임위원회 배제 등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재산 신고 의무화는 연말부터 적용되는 만큼 마녀사냥식 폭로전보다는 제도 적용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신고 제도가 투명하게 안착되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도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24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자문위는 의원 11명의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27일께 공개할 예정이다. 김남국 의원을 제외하고 자문위에 가상자산을 자진 신고한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김정재·이양수·유경준·이종성 의원 등 5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의원 등 3명,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김남국·황보승희 무소속 의원이다.



특히 권 장관과 김홍걸 의원은 가상자산에 수천 만 원을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들은 이해충돌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권 장관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대 보유 금액은 4000만 원 정도였고 현재는 1000만 원가량 손해를 보고 팔았다”고 말했다. 수백 회 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가상자산은 주식과 달라 장기 보유하는 게 아니라 몇 시간 사이에도 수십 번을 거래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윤리위에 자진 신고했다”고 강조했다. 김홍걸 의원 역시 입장문에서 “2억 6000만 원을 가상자산에 투자했으며 현재 가치 약 9000만 원 정도로 약간의 손해를 보고 있다”며 상속세 약 17억 원을 충당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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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가상자산에 수천 만 원을 투자한 이양수 의원이 윤리특위에 소속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양수 의원이 가상자산 소유자로 밝혀져 (김남국 의원 징계안 심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양수 의원은 통화에서 “김남국 의원은 범죄 수사 사실 때문에 윤리특위에서 심사하는 것이지 가상자산 보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며 “지금 가상자산을 보유하지도 않은 나는 전혀 이해충돌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당 소속인 권 장관의 코인 보유에 대해 윤리특위에 제소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홍걸 의원을 비롯한 자당 소속 의원 3명에 대해서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규명할 방침이다.

이밖에 전용기·김상희·조정훈 의원 측은 가상자산 현상 파악과 공부 차원의 투자였으며 100만 원 선에 그쳤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현재 가상자산 거래를 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을 매도한 상태라고 전했다. 유경준·이종성 의원 역시 가상자산 공부 목적으로 투자했다가 현재 전액 처분 또는 소액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재 의원 측은 “3000만 원 정도를 보유하다가 ‘김남국 사태’ 이후 1500만 원 선에서 전부 매도했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가상자산 관련 상임위원회 배제를 권고할 예정이다. 자문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문위가 징계를 요구하는 곳은 아니다”라며 “이해충돌 관계가 있는 상임위에 보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 취지에 맞게 자진 신고한 의원들이 되레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홍걸 의원은 “성실히 신고한 소수의 의원만 불필요한 오해를 근심하며 해명할 입장이 됐다”며 “자발적 재산 신고를 위축시킬 자문위발 보도에 매우 유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보유 현황 공개 제도를 안착시키고 의원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올 5월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공포 후 6개월부터 시행’이어서 시차가 나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회의원들의 솔선수범이 먼저고 부족하면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좌진 등 이해충돌 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국회의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과 지인”이라며 “의혹이 제기된 인물에 대해서는 주변도 명명백백 소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아들 김규대 씨는 이날 박성준·홍성국 민주당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앞서 민주당은 가상자산 업체에 재직 중인 김 씨에 대해 투자금 ‘먹튀’ 의혹 등을 제기한 상태다.


박예나 기자·김예솔 기자·유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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