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방탄' 포기한다더니…이재명 "체포안 기명투표해야"

민주 혁신위 표결 변경 권고에

李 "책임정치 측면서 선언 필요"

檢 내달 구속영장 청구 관측 속

野의원 "부당 수사" 항의 방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 방식을 조기에 무기명에서 기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에 대해 검찰이 8월 중 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풍문이 정치권 안팎에서 도는 와중에 이 같은 공개 발언을 함에 따라 앞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스스로 뒤집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사게 됐다.

이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과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 방식으로 바꾸자는 민주당 혁신위원회의 권고와 관련해 “책임 정치라는 측면에서 투표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입법 사안인데 조기에 기명투표를 선언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김은경 당 혁신위원장은 21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표결 정보 공개는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원의 책임을 무겁게 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현행 무기명에서 기명으로 바꾸는 당 혁신 방안을 공개했다.



현재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은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으로 진행된다.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고려할 때 이 대표의 발언대로 기명 방식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이 대표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만으로도 친명계 의원들에게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를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시키자는 ‘방탄 여론’을 촉발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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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현 시점에서 표결 방식을 바꾸는 국회법 개정안을 본인이 아니라면 다른 의원이 발의할 리가 없다”면서 “제대로 의원들에게 방탄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당당하게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발언의 진의를 떠나 민주당 내 친명계와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 갈등을 확대시킬 우려도 제기된다. 비명계 의원들이 최근 공개적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이에 역주행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다음 달 중 이 대표에 대해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등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2019년 경기도의 대북 사업 비용 800만 달러를 쌍방울그룹이 대신 냈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관여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다음 달 16일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 회기 중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지면 2월에 이어 다시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다.

이날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 대책위원장인 박범계 의원과 인권위원장인 주철현 의원, 법률위원장인 김승원 의원 등 4명은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해 “검찰이 ‘방북 비용 대납’ 프레임을 짜놓고 이 대표를 끼워넣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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