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 방식을 조기에 무기명에서 기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에 대해 검찰이 8월 중 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풍문이 정치권 안팎에서 도는 와중에 이 같은 공개 발언을 함에 따라 앞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스스로 뒤집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사게 됐다.
이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과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 방식으로 바꾸자는 민주당 혁신위원회의 권고와 관련해 “책임 정치라는 측면에서 투표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입법 사안인데 조기에 기명투표를 선언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김은경 당 혁신위원장은 21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표결 정보 공개는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원의 책임을 무겁게 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현행 무기명에서 기명으로 바꾸는 당 혁신 방안을 공개했다.
현재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은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으로 진행된다.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고려할 때 이 대표의 발언대로 기명 방식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이 대표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만으로도 친명계 의원들에게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를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시키자는 ‘방탄 여론’을 촉발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이날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현 시점에서 표결 방식을 바꾸는 국회법 개정안을 본인이 아니라면 다른 의원이 발의할 리가 없다”면서 “제대로 의원들에게 방탄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당당하게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발언의 진의를 떠나 민주당 내 친명계와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 갈등을 확대시킬 우려도 제기된다. 비명계 의원들이 최근 공개적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이에 역주행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다음 달 중 이 대표에 대해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등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2019년 경기도의 대북 사업 비용 800만 달러를 쌍방울그룹이 대신 냈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관여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다음 달 16일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 회기 중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지면 2월에 이어 다시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다.
이날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 대책위원장인 박범계 의원과 인권위원장인 주철현 의원, 법률위원장인 김승원 의원 등 4명은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해 “검찰이 ‘방북 비용 대납’ 프레임을 짜놓고 이 대표를 끼워넣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