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본인을 다독이는 그 안의 재미를 찾는 게 김성훈 감독의 삶의 태도가 아닌가 싶어요. 그 점이 김성훈 감독과 제가 일치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배우 하정우는 ‘고난 전문 배우’로 손꼽히는 배우 중 하나다. 앞서 김성훈 감독의 영화 ‘터널’에서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갇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역할을 맡았다. 영화 ‘황해’에서는 연변의 조선족 캐릭터를 맡아 맛있게 음식을 먹는 장면이 ‘밈’이 되기도 했다. 다음달 2일 개봉하는 영화 ‘비공식작전’에서도 하정우의 고난 행렬은 이어진다. 그는 1980년대 레바논에서 납치된 동료 외교관을 구출하기 위해 떠나는 외교관 ‘민준’ 역을 맡아 수상한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와 호흡을 맞춘다.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하정우는 “철저히 재미로 작품을 고르는데 김성훈 감독의 작품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김 감독과 함께한) ‘터널’에서의 성공 방정식이 이번 작품에 통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상대 배우인 주지훈과도 영화 ‘신과 함께’ 이후 다시 만나게 됐다. 이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연기하기 편한데 지훈이랑 연기할 때 편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영화 속에서 민준은 레바논에 도착한 후 돈을 쫓는 사람들의 타깃이 된다. 기적 같이 한국인 판수가 운전하는 택시에 탑승했지만, 야밤에 들개에게 쫓기고 공항 경찰, 갱들과 추격전을 펼치는 등 역경이 가득하다.
영화 ‘비공식작전’ 촬영도 파란만장했다. 하정우는 2018년 추석에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받았다. 이후 2020년 3월에 촬영을 시작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해외 촬영이 어려워졌다. 2년 후인 지난해에야 모로코 왕에게 허락을 얻어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사이 감독과 이야기를 계속 나눠 시나리오 수정도 거듭했다. 판수와의 첫 만남에서 민준이 “도와달라”고 부탁하던 장면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일방적인 부탁보다는 민준의 삶의 태도를 입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톤 조절을 의논했던 것. 그는 “보통 시나리오 15고 정도에서 촬영이 들어가는데 ‘비공식작전’은 50고에 들어갔다”면서 “굉장히 잘 묵었던 것 같다. 장을 잘 담근 것 같다”고 말했다.
모로코에서의 촬영은 4개월 간 지속됐다. 라마단 기간을 거치며 음식을 먹는 일에도 제약이 많았지만 고된 촬영을 끝낼 수 있었던 건 김성훈 감독과 상대 배우인 주지훈을 향한 유대감 덕분이라고 했다.
하정우는 ‘허삼관’ 이후 8년 만의 연출작인 ‘로비’로 대중 앞에 다시 설 예정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골프 레슨을 받으면서 골프장에서의 이중적인 캐릭터를 모아 영화를 찍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여름 대작들이 줄지어 개봉하는 데 대해서는 “각 작품의 성과가 중요한 시기이지만 그 이전에 한국 영화가 다시 활력을 찾았으면 하는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