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 제공=경기도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입장 일부를 번복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변호사 문제로 공회전했다. 피고인 측이 변호사를 해임해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재판장에서 이 전 부지사와 배우자 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25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관한 공판은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의 부인이 변호인단 중 일부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한 것에 관해 “제 배우자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제 의사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오후에도 변호인은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는 24일 수원지법에 소송대리인 해임신고서를 직접 제출했다. 대상은 법무법인 해광이다.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는 이날도 입장문을 내 “본인이 하지 않았다고 밝힌 옥중서신과 다르게 변호인이 말한 혐의 내용 일부 인정은 사실과 다르다”며 “제 가족과 본인의 명예를 위해 더 이상 정당한 변론이 힘들 것 같다”며 변호인 해임 의사를 재차 밝힌 바 있다.
재판장에서 이 전 부지사가 변호사 해임을 거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방청객에 있던 배우자는 “(변호인이) 본인의 의사와 반대되는 입장으로 변호를 하고 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법원에 제출된 해임은 제 의견이 아니다”라며 “법무법인 해광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재차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변호인 해임은 효력이 없다.
재판 종료 전 재판부에게 발언 기회를 얻은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는 “계속되는 검찰의 회유로 (이 피고인은) 너무나도 변호사에게 놀아나고 있다. 정말 화가 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본인은 이 대표에게 보고한 적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면서 “자기가 얼마나 검찰에 회유당하는지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정신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북한 측 인사에 건넸다는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부터 줄곧 경기도와 쌍방울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그룹이 대북사업에 거액을 지원했다는 내용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전 부지사는 옥중 자필 편지로 “김 전 회장에게 이 지사의 방북도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바 있다”며 “다만 이 내용은 이 지사와 사전 보고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