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 유족 측이 A 씨의 일기장을 단독으로 입수했다는 한 매체의 보도에 반박하고 나섰다.
A씨의 유족이라고 밝힌 B씨는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누가 죄인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보도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한 매체는 지난 20일 A씨의 일기장을 입수했다는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해당 매체가 입수했다고 주장하는 일기장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연인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였다. 이어 지난 6월 초 연인과 결별 이후 지인들에게 심리적 고통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또 해당 매체는 A씨의 일기장에서 지난 2월부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지난 5월부터 우울증세에 대한 병원 치료까지 받아왔다고도 전했다.
이에 대해 B씨는 보도 내용에 의혹을 제기했다. 먼저 A씨 일기장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다. B씨에 따르면 유족 측이 경찰서에서 A 씨의 일기장 사본을 처음 받은 건 지난 20일 오후였다. 반면 해당 보도는 이보다 앞선 같은 날 오전에 나왔다. B씨는 "경찰에서는 일기장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체 누구냐"며 일기장의 출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A씨가 우울 증세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유족 측이 갖고 있는 일기장 원본에는 정신의학과에서 치료받았다는 내용이 없다고 밝힌 B씨는 "환자의 개인 의료 기록을 어떻게 확보했냐"고 물었다.
B씨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연인 관련 내용을 전체 내용인 것처럼 보도한 부분도 지적했다. B씨에 따르면 수십 장에 이르는 일기장 중 연인이 언급된 부분은 한두 페이지 정도였다.
아울러 B씨는 사실과 다르게 보도된 내용도 바로잡았다. A씨가 악성 민원에 시달린 정황이 없다는 부분과 연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대목에서다. B씨는 악성 민원과 관련해 "일기장에는 수많은 문제 정황과 구체적인 실명까지 언급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B씨는 A씨의 연인 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B씨가 기사에서 언급된 당사자를 만나 A씨와 사망 전까지 주고받은 메시지, 통화내역 등을 직접 확인한 결과라고 밝혔다.
B씨는 잘못된 보도로 관련자들이 2차, 3차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해당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뿐만 아니라 기사 내용에 대한 해명과 사과문도 요구했다.
이와 함께 B씨는 "동생 집에 들어가자마자 의자 위에 있던 사진"이라며 A씨가 학생들에게 받은 편지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편지에는 "날 키워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도와주신 건 선생님"이라는 글과 함께 학생이 A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편 현재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학교의 교장을 비롯해 60여 명 교사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주말에는 A씨와 가까웠던 교사 위주로 조사가 이뤄졌다. 경찰은 명단이 제출되는 대로 나머지 교사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교육부도 24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서울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함께 A 씨의 사망 배경을 두고 제기된 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합동조사단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