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20·강원도청)가 박태환 이후 12년 만의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박태환도 못한 2회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의 위업을 달성했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희망이 커진 것과 동시에 1년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 메달 전망이 밝아졌다.
황선우는 25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 44초 42의 한국 신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3위에 올랐다. 지난해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때 이 종목에서 1분 44초 47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2위를 차지한 황선우는 1년 만에 다시 시상대에 올랐다. 1년 전 기록을 0.05초 앞당겼다.
세계수영선수권 2회 연속 메달 획득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2007년 멜버른 대회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과 자유형 200m 동메달을 따냈으나 2009년 로마 대회에서는 노 메달로 돌아서 2회 연속 메달 기록은 작성하지 못했다. 이후 2011년 상하이 대회 자유형 400m에서 다시 금메달을 따냈다. 황선우는 2011년 박태환 이후 12년 만의 금메달까지 바라봤으나 값진 동메달에 만족했다.
준결선에서 전체 3위로 결선 티켓을 받은 황선우는 3번 레인에서 4번 레인의 라이벌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와 경쟁했다. 포포비치는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황선우에 앞서 금메달을 딴 최강자다. 8명 중 두 번째로 빠른 반응 속도로 입수한 황선우는 초반 50m까지 2위였다. 포포비치가 선두. 중반까지도 포포비치가 선두, 황선우가 2위였다.
승부는 마지막 50m에서 요동쳤다. 2번 레인의 복병 매슈 리처즈(영국)와 6번 레인의 톰 딘(영국)이 무섭게 치고 나갔다. 황선우는 포포비치를 거의 따라잡았으나 결승점 바로 앞에서 리처즈와 딘에게 역전 당했다. 마지막 50m 구간에서 황선우의 기록은 26초 85, 리처즈와 딘은 각각 26초 53, 26초 42였다.
리처즈가 1분 44초 30으로 메이저 대회 개인 종목 첫 메달을 금메달로 따냈고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딘이 1분 44초 32로 2위다. 황선우는 리처즈에 0.12초 뒤졌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포포비치는 레이스 막판 처지면서 1분 44초 90로 4위에 그쳤다.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개인 종목 결선 무대를 밟은 이호준(대구광역시청)은 1분 46초 04로 6위를 기록했다. 황선우와 이호준 등은 28일 열릴 계영 800m에서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한다. 황선우는 앞서 26일 자유형 100m 예선에 나선다.
황선우는 도쿄 올림픽을 통해 한국 수영에 새 희망을 선물한 인물이다.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아시아 신기록과 세계주니어 신기록을 세우고 아시아 선수로는 65년 만에 이 종목 결선까지 올랐다. 한국 수영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낸 선수는 2008년 베이징 대회 자유형 400m 금, 200m 은, 2012년 런던 대회 자유형 400·200m 은메달의 박태환이 유일하다. 황선우는 “마지막에 (포포비치를) 잡고 나서 (금메달을) 조금 기대했는데 옆에 있던 딘과 리처즈가 장난 아니게 스퍼트했더라. 그래도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저한테 없던 동메달을 얻어서 기쁘다”며 “내년 올림픽까지 1년 동안 정말 죽어라 집중해서 계속 최고 기록을 경신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