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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K3 스텔스 전차’ vs 북 ‘신형 전차’ 누가 더 셀까?[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북한 ‘신형 전차’…강화된 공격력과 방어력

장갑 키우고 바퀴 1개 늘려…방어 강화

3.5세대 전차 기술 ‘능동방어체계’(APS) 적용한

주포 구경 늘리고 전차장용 조준경 등도 장착

‘불새3’ 추정 신형 대전차미사일을 포탑 탑재

신형 전차는 ‘북한판 T-14 전차(’러시아) 목표

현대로템, 차세대전차 ‘K3 스텔스전차’ 개발 착수

130㎜ 주포 채택할 경우 관통력 50% 향상시켜

적 레이더에 잘 탐색되지 않게 스텔스도료 사용

K2 120㎜ 주포보다 커진 130mm 활강포 장착

사격 지원하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탑재

최대 3명 탑승 ‘캡슐형 승무원실’ 갖추도록 설계

소형 전술드론 탑재, 정찰 뒤 자폭 무기로 활용

엔진은 ‘수소에너지 기반 전동화 장치’ 도입 검토

군, 차세대 전차 2030년대 중반 이후 도입 예정

자료: 방위사업청자료: 방위사업청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꼽는 세계 10대 전차 가운데 독일의 ‘레오파르트2A7+’와 미국의 ‘M1A2 에이브럼스’, 영국의 ‘챌린저2’, 한국의 ‘K2 흑표’,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MK4’가 선두권을 차지한다. 위풍당당하게 대한민국의 전차 가 명품 전차 반열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흑표는 2003년 국산 개발에 들어가 2008년 성공했다. 한국 육군의 두 번째 주력전차라는 의미를 담아 'K2'라는 제식번호가 붙었다. 별칭은 검은 표범을 뜻하는 ‘흑표’로 명명됐다.

각종 첨단 무기에 밀리면서 무용론까지 제기돼 왔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전차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전 세계가 서둘러 미래형 차세대 전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주력전차는 대개 3세대로 분류되는데, 흑표는 3.5세대에 해당된다. 미국과 독일, 러시아 등 전차 선진국은 4세대 개발을 시작했다. 4세대 전차는 스텔스 기능과 무인화, 최신 정보기술(IT)이 적용된 통합통제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이에 발맞춰 우리 군도 4세대 전차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현대로템이 최근에 지상전에 적용할 유무인합동(MUM-T) 시스템 기반의 한국형 미래형 전차의 기본 개념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북한도 2020년 10월 열병식과 2021년 10월 무기전시회에서 신형 전차를 외관을 공개했다.전차의 성능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이 외형 위주로 분석해 내놓은 결과로는 3세대급 이상의 전차 기술을 적용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육군의 차세대 전차 K3와 북한의 신형 전차의 성능을 비교해 필살기를 알아보았다. 두 전차가 맞붙는다면 과연 누가 더 셀까?

북한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인 지난 2월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신형 전차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북한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인 지난 2월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신형 전차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보고서 ‘북한 신형 재래식 전력 개발의 특징과 함의: 신형 전차 중심으로’에 따르면 북한의 신형 전차는 기존 전차와 비교해 뚜렷한 외형 변화가 있다. 전차 높이는 낮아지고 앞뒤 길이는 크게 늘어났는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해외 최신 전차들의 기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피탄 확률을 낮추기 위해 전차를 납작하게 설계하는 대신 포탑과 차량의 전면부 장갑은 대폭 강화해 차체 앞쪽은 길어졌다. 기존 주력전차였던 ‘선군915’(선군호) 대비 보기륜(궤도 속 바퀴)이 1개 더 늘어난 7개를 채택했다. 이 설계 방식은 전차 선진국인 미국은 물론 러시아, 중국도 모두 채택하고 있는 기술이다. 우리의 ‘K2 흑표’와 중국의 ‘VT4’, 이란의 ‘카라르’ 등 신형 전차 모습이 모두 비슷해지고 있는 것은 전면부로 포탄이 날아와도 큰 피해 없이 튕겨내기 위한 것인데, 북한도 뒤늦게 적용한 것이다.

K2에 있는 3.5세대 전차 핵심 기술 ‘능동방어체계’(APS)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T14 아르마타’에 탑재된 것과 모양이 매우 유사하다. APS는 전차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과 포탄을 요격하는 기술이다. 게다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대전차 무기를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는 레이더와 센서도 적용했다. 러시아 기술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북한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인 지난 2월 8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가한 신형 전차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북한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인 지난 2월 8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가한 신형 전차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체 최후방 좌우측에 있는 ‘슬랫아머’도 눈여겨 볼 부분으로 이 부위에 창살 모양의 장치가 장착돼 있다. ‘성형작약탄두’가 전차 장갑에 닿기 전 폭발하게 하기 때문에 관통력을 절반 정도 줄여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44t인 선군호보다 훨씬 길어진 차체와 각종 추가 장비 때문에 전차의 무게는 50t 전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중량이면 고속으로 기동시키기 위해 최소 1200마력의 힘이 필요한데, 그 동안 800마력 이하의 저출력 엔진을 주로 사용하던 북한이 고출력 엔진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기동성이 상당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높은 방어능력을 확보한 대신 선군호 최고속도인 시속 60㎞보다 더 느릴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최대 시속 70㎞에 이르는 K2 전차와 기동성으로 대결하면 완패할 가능성이 높다.

포신 앞쪽 끝부분과 포방패 위쪽에 동적 포구 감지기가 있다. 이 감지기는 사격 전에 포신의 미세한 휘어짐 상태를 감지해 조준 사격에 반영함으로써 포의 명중률을 향상시키는 장치다. 한국의 K1, K2 전차 시리즈 등 서방권의 3.5세대 전차에만 장착되던 기술이다. 만약 북한이 이 장비를 갖고 있다면 서방권 3.5세대 전차의 정밀 이동 사격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 신형전차의 가장 큰 특징은 현대 전차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불새3’ 추정 신형 대전차미사일을 포탑 오른쪽에 장착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전차들의 주포가 K2 전차를 뚫지 못하는 파괴력을 보강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대전차미사일을 사용하면 주포 사거리 밖에선 강할 수 있지만, 사거리 내에선 K2 전차에 밀릴 수가 있다.



‘전차장용 조준경’도 주목할 부분이다. 주포엔 레이저 센서를 활용해 사격통제장치에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동적포구감지기’가 달려있다.주포는 러시아 T72부터 적용한 125㎜ 구경으로, K2 전차의 120㎜ 활강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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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T72가 52구경장(포신 길이와 포구 직경의 비율·숫자가 클수록 포신 길이가 길다는 의미)인 반면 북한 신형전차는 길이가 더 긴 55구경장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북한 신형 전차가 활강포로 최대 공격력을 갖췄다고 본다면 최대 사거리는 2500~3000m, 관통력은 500~600㎜로 러시아의 T90에 맞먹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런 성능 개량으로 신형 전차는 ‘북한판 T-14 전차(’러시아)를 목표로 개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구 소련제 T-62 전차에 기반한 기존 북한 전차 성능을 한세대 뛰어넘은 것으로, 이 전차를 통해 북한군의 기갑 전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 전차에 대해 최초 식별한 연도를 사용해 ‘M2020 전차’라 명명했다. 현재까지 우리 군에서는 이 전차에는 명칭을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국방안보포럼이 제안한 K3 전차 개념도.한국국방안보포럼이 제안한 K3 전차 개념도.


우리 군도 차세대 전차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로템도 ‘2023년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종합학술대회(제주군사기술학회)’에서 가칭 K-3 전차로 불리는 차세대 전차를 선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외형에 회색 도료로 덮여 있다는 점이다. 바로 스텔스도료다. 형상도 스텔스 형태로 적 레이더에 잘 탐색되지 않도록 해 방어성능을 강화한 것이다. 장갑에 대한 정보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세라믹과 복합소재 등을 이용한 모듈식 장갑체계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장갑은 방어 능력과 함께 무게도 가벼워야 하기 때문이다.

주포의 경우 현재 K2 전차의 120㎜ 주포보다 큰 130mm 활강포(포 내부에 강선이 없는 포)를 장착한다. 주포가 커졌다는 말은 파괴력도 증가한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통력이 기존대비 50% 향상될 것으로예상된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 등에서 개발중인 전열화학포, 레이저포 등도 개발이 완료되면 장착을 검토할 예정이다. 독일 라인메탈사의 차세대 주력전차 KF-51 판터(panther)도 동일한 130mm 활강포를 채택하고 있다.

사격을 지원할 수 있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가 탑재된다. 현대로템은 그동안 제시한 차세대전차(NBMBT) 컨셉 모형을 통해 부무장으로 레이저건(RCWS) 다목적 미사일시스템을 제시했다. 현대로템은 NGMBT 상부 주포 바로 뒤에 원격통제가 가능한 레이저건, 뒷부분에 다목적 미사일, 그리고 소형 드론, 능동방어장치(대응파괴) 등이 장착된 모형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의 에이브럼스X처럼 무인포탑과 RCWS를 갖추게 된다. 무인포탑은 승무원 배치 없이 포탄과 자동장전장치, 발사 장치를 설치해 운용하는 것으로, 러시아의 최신형 T14 아르마타(Armata) 전차가 채택하고 있다. 에이브럼스X는 RS6 프로텍터 RCWS를 무인포탑에 장착하고 있다. RS6는 무장헬기 기관포급인 30mm체인건과 7.62mm 공축기관총, 대전차유도무기 등을 통합 구성하는 게 가능하다.

현대로템이 공개한 ‘K3 전차’ 청사진. 사진 제공=현대로템현대로템이 공개한 ‘K3 전차’ 청사진. 사진 제공=현대로템


탑승 인원 또한 기존대비 축소된다. K3전차 내부는 최대 3명으로 전차장과 조종수, 포수로 구성된 ‘캡슐형 승무원실’을 갖추도록 설계될 전망이다. 무인화 자동화 추세에 맞춰 운용 인원를 줄이는 것은 필수적이다. 승무원실 안에서는 360도로 감시가 가능한 영상장비가 장착되면서 승무원들을 밖에 나가지 않아도 전차안에서 바깥상황을 볼 수 있다. KF-51과 에이브럼스X도 3명의 승무원이 운용하도록 하면서, 전차 탑재 드론 운용병 등 선택적으로 1명을 추가할 수 있게 설계했다. 여기에 현대로템이 올해 초 공개한 차세대 전차 개념도에서 따라 소형 전술드론을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전차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정찰과 대공방어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필요에 따라 드론을 띄워 적진을 정찰한 뒤 자폭 공격을 통해 비장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복안이다.

전차를 움직이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은 기존 디젤 또는 하이브리드 방식 대신 ‘수소에너지 기반 전동화 장치’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차 중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동력체계가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궤도는 레드백 장갑차와 마찬가지로 고무소재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고무궤도는 기존대비 무게가 가볍고 소음이 적어 상당한 이점을 보유해서다.

현대 전차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능동방어체계(APS)도 도입된다. 능동방어체계란 레이더를 통해 미사일이나 드론을 탐지하고 이를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우크라이나전으로 미사일이나 드론 등으로 전차가 쉽게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능동방어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군의 요구에 따라 폴란드에 수출하는 K2PL 모델에 APS를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X코리아(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전시회에서 공개한 차세대 전차CG. 사진=현대로템 홍보영상 캡처DX코리아(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전시회에서 공개한 차세대 전차CG. 사진=현대로템 홍보영상 캡처


유무인 복합운용체계(멈티) 성능도 갖춘다. 다른 지상로봇 등 무인무기들을 지휘통제해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2035년 이후 K2 전차를 대체할 차세대 전차를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2030년대 초반까지 차세대 전차 개발이 완료될 전망이다. 현대로템도 2030년까지 K3전차의 시제품을 출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속도를 내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K3전차의 개발은 아직 시작 단계로 상황에 따라 계획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이르면 10월 성남공항에서 열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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