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실적 쇼크였다. 부실 시공 파문에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주택경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설주들이 실적 우려가 커지면서 일제히 주저앉았다. 업황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커지면서 호실적을 낸 기업조차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는 당분간 건설주가 어려운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GS건설은 전 거래일보다 2.98% 내린 1만 398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건설(-4.2%), 태영건설(-4.5%), 동부건설(-3.5%), KCC건설(-3.4%), HDC현대산업개발(-3.3%), 대우건설(-2.7%) 등 건설업종 13개 종목 전체가 모두 하락했다.
건설주의 동반 급락은 GS건설의 실적 발표가 최대 악재였다. GS건설은 2분기 414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GS건설의 적자 전환은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에 따른 재시공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GS건설은 앞서 재시공에 따른 결산 손실 5500억 원을 전액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과 세전이익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그나마 신사업 부문과 인프라, 건축 주택 부문이 고루 성장하면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가까이 늘었지만 대형 붕괴 사고의 여파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부실 시공으로 이미 홍역을 치른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실적에 발목을 잡혔다. 현산은 이날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4% 급락한 5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9336억 원으로 같은 기간 2.7% 줄었고 순이익은 166억 원으로 75.4% 급감했다. 현산이 시공을 맡은 광주 화정아이파크는 지난해 1월 공사 중 외벽이 무너지는 붕괴 사고로 6명이 사망했다.
이후 정몽규 회장이 회장직에서 사퇴하고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발표했지만 부실 공사 여진은 여전했다. 현산 관계자는 “지속되는 건설경기 둔화와 자재를 비롯한 하도급 원가 상승분, 진행 현장 상승 예상분도 미리 반영해 원가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해 말 137.7%였던 부채 비율이 올해 상반기 기준 118.3%로 감소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해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실적이 개선됐지만 주가는 반등에 실패했다. 삼성물산은 2분기 영업이익이 772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날 2.05% 하락한 10만200원에 머물렀다.
기계주 역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밥캣은 이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전일 대비 7.93% 급락한 6만 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밥캣은 2분기 영업이익이 4382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7% 증가했다고 밝혔다. 북미 소형 건설장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밥캣은 최근 게리 혼바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신임 사장을 임명하고 유럽 진출을 모색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실적과는 무관하게 증시 전반에 드리운 건설기계업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짓눌렀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도 비슷한 상황이다. HD현대건설기계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63.2% 증가한 966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 독립 법인 출범 후 최고 영업이익률을 달성했지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8% 하락한 8만 3900원을 기록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 역시 호실적에도 주가는 10% 가까이 미끄러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건설·기계주가 반등하려면 건설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으로 봤다. 기계주 역시 경기가 반등하는 조짐이 있어야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안전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서 투자 심리 자체가 침체돼있고, 안전을 강화하면서 주택 부문 원가율도 오르고 있다” 며 “주택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이지만 연내 유의미한 반등이 시작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기준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하고 부동산 시장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주가 역시 하락 압력이 더 클 것" 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