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스케일업 리포트] 김정빈 수퍼빈 대표 "세계 유일 재활용 밸류체인이 2000억 몸값 비결"

[재활용기지 '아이엠팩토리']

투명 페트병 고품질 원료로 가공

시간당 1.5톤 플레이크 생산 가능

美 FDA 기준 충족…수출 본격화

[김정빈 대표 "순환경제 획 그을것"]

우유팩·배달용기 뚜껑도 자동 분리

회수로봇 1000대 15개 지자체 보급

도심 속 순환경제 활성화에도 앞장





“쓰레기 수거부터 가공소재화까지 플라스틱 재활용 밸류 체인을 구축한 곳은 전세계에서 수퍼빈이 유일합니다.”



수퍼빈은 순환경제모델을 추구하는 리사이클링 벤처기업이다. ‘생산-소비-폐기’의 선형 구조에 재활용을 더해 순환 구조를 추구한다. 재활용은 폐기물 처리, 환경 오염, 자원 고갈, 지구 온난화 등의 문제를 줄일 수 있는 핵심 고리다. 다만 제품 회수, 재활용 가공, 제품 판매에 다양한 허들이 존재해 그동안 영세한 기업들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수퍼빈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형화에 나서고 있다. AI 로봇으로 폐플라스틱을 선별한 뒤 공장으로 이송한 후 고부가가치 재활용 소재를 만드는 공정을 통해서다.

◇대기업들 앞다퉈 투자…재활용 플레이크 확보 전쟁

김정빈(사진) 수퍼빈 대표를 만난 곳은 경기도 화성시 ‘아이엠팩토리’. 아이엠팩토리는 투명 페트병을 고품질 원료(플레이크)로 가공하는 3단계 스마트팩토리다. 200억 원을 투자해 1만3200㎡(약 4000평) 부지에 4000㎡(약 1200평) 규모로 건설됐다. 시간당 1.5톤(t)의 플레이크를 만들 수 있다. 연간 생산량은 8000톤에 달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플레이크는 석유화학 회사나 펄프·유리·철강 기업 등에 판매돼 새로운 페트병이나 의류, 신발 등을 제작할 수 있는 섬유로 재탄생된다. 현재 롯데케미칼, SK 지오센트릭 등이 수퍼빈의 플레이크를 우선 구매하기 위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플레이크는 1kg당 1,500원으로 고품질 펠릿의 경우는 1Kg당 2,400원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김 대표는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국내 화학회사, 기아자동차 등이 수퍼빈이 생산하는 플레이크 활용을 위한 테스트를 시작했거나 곧 시작할 예정"이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식품안전청(EFSA)으로부터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는 테스트 리포트도 받은 만큼 해외 수출도 본격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퍼빈은 지난해 매출 80억 원을 기록했고, 아이엠팩토리에서 양산이 본격화한 올해는 350억 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손익분기점을 앞당기기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 기술력과 생산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AI 기술로 생산 속도·제품 품질 획기적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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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빈은 버리는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 등을 수거하는 AI 회수로봇 ‘네프론’을 개발했다. 현재 전국 15개 지자체에 1000대 가까이 보급돼 있다. 페트병을 물로 세척한 뒤 라벨을 떼어내 네프론에 넣으면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처음에는 투명 페트 또는 캔만 인식해 수거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우유팩·배달용기 뚜껑(PP소재)까지 인식하고 분리수거 할 수 있다. 수거된 페트병은 AI 선별시스템을 통해 이물질 등을 거르는 작업을 한다. 그동안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들은 이 과정을 사람이 했지만, 수퍼빈은 100% 자동화해 처리 속도와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플라스틱 플레이크 제조 공장들은 페트병을 수거하는 대가로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을 주된 수익원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품질 경쟁을 할 유인이 적어 저품질의 플레이크가 양산됐다"면서 “AI 기술을 기반으로 페트병을 재활용해 고품질의 플레이크를 제조하는 곳은 수퍼빈 아이엠팩토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폐기물을 공급망에 더해 새 부가가치 창출

수퍼빈은 지난해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약 2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았다.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점은 분명하지만, 전례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다 보니 기업가치에 대해 의심을 받기도 한다. 김 대표는 이같은 시선에 대해 “부의 창출 공식에 대한 단견에서 비롯됐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전문적인 관리와 통제를 통해 만들어진 제조업과는 다르게 이제는 세상이 무엇이 필요한지를 센싱(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센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개념 워딩에 대한 오너십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념에 대한 오너십이라는 게 뭘까. 김 대표는 “SaaS(기업용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의 경우 세일즈포스가 만들어냈기에 지금까지 세일즈포스가 이 단어에 대한 오너십을 갖고 있다”며 “수퍼빈은 폐기물을 공급망 안으로 갖고 가면 돈이 된다는 개념을 새로 정립해 이런 분야에서는 수퍼빈이 오너십을 갖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리사이클링 회사들이 수퍼빈이 정의한 게임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순환경제 가능한 도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

수퍼빈의 최종 목표는 도시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도시 안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순환경제모델 안으로 끌어들여 자원으로 다시 쓰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김 대표의 시선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그는 “미래 도시는 폐기물이 디지털 인프라에 의해 자원 순환의 서클 안에 들어간 뒤 안전하게 소각되는 모습”이라며 “이 과정에서 재활용의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가고 있는 수퍼빈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0대에 중견 철강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이제는 어느덧 창업 9년차다. 그가 보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성장 공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 대표는 “대기업은 조직 중심 경영이다 보니 먼저 조직을 먼저 짜놓고 그 안에 사람들을 배치한다"면서 "하지만 스타트업은 흩어져 있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한 뒤 자연스럽게 조직이 형성되는 방식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겪어 보니 스타트업은 각각의 직원이 모두 시스템이자 프로세스다. 한사람 한사람이 고도화돼야만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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