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1조 투자 가치 있을까"…하나금융, KDB생명 실사 돌입[시그널INSIDE]

함영주 회장, 비은행 사업 강화 의지

생보사 추가 인수로 사업 시너지 모색

KDB생명 재무건전성 낮아 고민 클 듯

경영권 인수·자본력 강화에 최대 1조 필요

잠재 매물 롯데손보와 동양생명도 변수로





산업은행이 3년 만에 재추진하는 KDB생명 경영권 매각에 단독 입찰한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조만간 인수를 위한 실사에 돌입한다. 이번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 시도는 비은행 사업 강화에 관심이 큰 함영주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 확보와 회사의 재무건전성 개선에 투입할 전체 금액이 예상보다 큰 1조 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면서 완주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이달 말 체결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실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9월까지 실사를 마무리한 뒤 주식매매계약 체결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연내 거래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거래 대상은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로 매각가는 2000억 원이 거론된다.

앞서 예비입찰에는 WWG와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 등 사모펀드가 응찰했으나 이달 초 본입찰에선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접수했다. 하나금융이 자금력에서 큰 우위에 선데다 산업은행 역시 완주 가능성이 높은 주요 금융지주에 매각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면서 사모펀드들은 막판 응찰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하나금융의 실사는 KDB생명이 재무건전성 비율을 적정선까지 맞추기 위해 향후 어느 정도로 자본을 추가 투입해야 할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올해부터 보험 업계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가 도입되면서 재무 상태가 열악한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자본 확충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KDB생명의 킥스 비율이 업계 하위 수준인 50%를 밑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권고한 비율 150%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다. 당국 방침에 따라 KDB생명은 당분간 킥스 적용을 유예 받기로 했지만 새 주인에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본력 확충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IB업계에선 KDB생명의 신주 발행 규모가 최대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권고한 최소 킥스 비율을 한번에 맞추기 위해서는 구주와 신주 인수 대금으로 최대 1조 원이 투입돼야 한다”면서 “하나금융은 실사를 통해 이 자금을 일시에 납부할지 여러 차례에 나눠 투입할지에 대해 꼼꼼한 분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하나금융그룹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함영주 회장의 비은행 사업 추가 인수·합병(M&A)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에서 실제 KDB생명 인수 가능성이 일단 높다고 보고 있다. 올 해 취임 2년 차인 함 회장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그룹 실적을 거두는 등 첫 해 경영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KB금융(105560)이나 신한지주(055550)와 비교해 비은행 계열사 덩치가 작고 실적도 낮다는 점은 향후 함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인식된다. 실제 함 회장은 올 해 신년사에서 보험·카드·증권 등에서 적극적인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하나생명의 자산은 약 6조 원으로 22개 주요 생명보험사 중 17위 수준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이 자산 20조 원의 KDB생명을 인수해 하나생명과 합병할 경우 하나생명은 단숨에 8위권 생명보험사로 뛰어오를 수 있다.

앞서 네차례 KDB생명 매각을 추진했다 연거푸 고배를 마셨던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이번 하나금융의 인수 시도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인수 측 재무 부담을 다소 덜어주기 위해 최근 KDB생명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등 재무구조를 다소 개선하기도 했다. 지난 5월 KDB생명이 발행한 216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모두 인수했으며 무상감자를 진행해 감자 전 4743억 원이었던 자본금을 1186억 원까지 줄였다.

일각에선 향후 경영권 시장에 추가로 나올 다른 보험사 매물이 적지 않다는 점이 이번 인수전 완주에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잠재 매물로 꼽히는 보험사들은 KDB생명 대비 킥스 비율에서 앞서는 등 재무 상황이 좋은데다 영업력도 갖췄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품고 있는 롯데손해보험(000400)(자산규모 18조 원)이 올 하반기 매물로 나올 예정인 가운데 ABL생명(19조 원)도 현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다자보험과 안방그룹이 지분을 보유한 동양생명(082640)(37조 원) 역시 잠재 매물로 꼽힌다.


이충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