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보험사는 원래 빅데이터 분석가 집단이었다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2016년 8월 중국 보험업 발전 연차 총회에서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회장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가장 적응할 수 있는 산업으로 보험업을 언급했다. 판매에 의존하는 사업구조가 아니라 앞으로는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리스크 관리가 보험업의 핵심이 되고 빅데이터 분석가만이 주요 인력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대개 보험사라고 하면 보험 상품 판매와 보험금 처리 등의 업무를 떠올린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험사를 접하는 대부분이 상품 권유와 가입, 그리고 보험금 청구와 보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 회장은 왜 보험업의 미래를 빅데이터에서 찾았던 것일까.



보험사의 업무가 과거부터 다량의 데이터 분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와 책임 준비금을 산출하고 검증하는 전문적인 보험 계리사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데이터 분석과 활용에 익숙하다. 보험사들은 항상 계약, 사고 및 계약자 정보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고 이런 데이터는 계약의 인수 및 가격 정책 결정에 사용되고 있다. 2000년 이후 보험사들은 대형 사고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를 보다 정량화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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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2012년 국내 최초로 F1그랑프리 경기가 전남 영암에 유치됐을 때 주최 측이 국내 대형 보험사에 행사 취소 보험 가입 문의를 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는 첫 사례다 보니 결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해당 보험사는 강수량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행사 취소 시나리오를 짜고 취소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계약 인수를 결정했다. 이런 다량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리스크 평가와 판단이 보험사에는 특별한 일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시대는 단순히 지금보다 데이터가 더 많은 시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의 양은 물론 데이터를 계산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과거와 비할 바 없이 확대되는 시대다. 마 회장의 예견 역시 데이터 활용에 익숙한 보험사들이 현재보다 더 광대하고 다양한 일에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기에 다른 기업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보험사의 빅데이터 활용은 특이한 리스크 분석에만 집중돼 있고 디지털 전환 시대에 걸맞은 보험 업무 전반으로의 확장은 부족하다. 지난 몇 년간 대형사들은 수학과 통계학 박사급 인력을 채용해 빅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보험사가 수집하고 활용하는 데이터도 계약·사고 등 보험과 관련된 내용에만 집중돼 있고 정보기술(IT) 기업 등에서 주로 활용하는 고객 행동과 관련한 데이터 수집과 활용은 부족한 편이다.

다행스럽게 마이데이터 사업 확대, 데이터 활용을 위한 협업 사례 증가 등으로 보험사가 접근 가능한 데이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빅데이터를 최초로 적용한 보험업이 다른 산업보다 다양한 활용 사례를 만들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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