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전환에 나선 수협은행이 웰컴캐피탈과 그 자회사인 웰컴자산운용 인수를 추진한다. 은행업에 집중된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자본 증액을 이루기 위해 다른 금융회사보다는 인수 자금 부담이 덜한 캐피털사를 첫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수협은행이 웰컴캐피탈 인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인수 대상은 웰컴크레디라인이 보유한 웰컴캐피탈 지분 100%다. 웰컴캐피탈은 웰컴자산운용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수협은행은 이번 M&A를 통해 캐피털사와 자산운용사를 동시에 품게 된다.
수협은행은 최근 웰컴캐피탈에 대한 실사 작업을 마치고 이르면 다음 달 중 웰컴캐피탈 측에 최종 인수 결정을 통보하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나설 예정이다. 수협은행의 M&A 자문사는 삼일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인수 가격은 웰컴캐피탈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대비 1배 수준인 1000억 원가량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캐피털사 M&A 과정에서 순자산(자본총계) 수준에서 매각 가격이 결정된 만큼 비싸지는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웰컴캐피탈의 순자산은 1040억 원이다. 가장 최근 캐피털사 M&A 사례인 효성캐피탈(현 M캐피탈)의 경우 당시 회사의 순자산보다 낮은 3000억 원 후반대에서 거래 가격이 결정된 바 있다.
웰컴캐피탈은 신기술사업 금융업과 대출, 할부금융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2015년 설립됐다. 웰컴금융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웰컴크레디라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 구조는 주로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금융과 신기술 직간접 투자에 주력하는 투자금융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해 매출액 685억 원, 영업이익 43억 원을 기록했다.
웰컴자산운용은 지난해 웰컴캐피탈이 인수한 에셋원자산운용이 전신이다. 당시 웰컴캐피탈은 약 430억 원을 투자해 에셋원자산운용 지분 100%를 확보하고 사명을 웰컴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웰컴운용은 공모주 펀드 투자 및 운용에 특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웰컴금융그룹은 웰컴캐피탈의 매각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비용 통제 등 효율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등 인력 구조 개편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올 초부터 웰컴금융그룹 측에서 웰컴캐피탈의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복수의 원매자들과 접촉했고 거래 완료가 임박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수협은행은 이번 웰컴캐피탈 인수를 통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전환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비은행 자회사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올해 3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 원의 M&A 실탄도 마련했다.
앞서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올 초 비전선포식에서 “비은행 자회사 M&A를 통해 은행과 시너지를 창출하고 지주사 전환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협은행은 2030년까지 금융지주사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수협은행과 웰컴금융그룹은 일단 이번 거래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부인하는 모습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캐피털사와 자산운용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회사를 검토 중인 것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웰컴금융그룹 관계자는 “아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