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전은 45조 적자인데 예산 펑펑 쓰는 한전공대, 존재 이유 있나


지난해 3월 개교한 한국에너지공대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7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지난해 이사회와 정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내부 결제만으로 급여를 13.8% 올렸다. 사업비로 써야 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출연금 208억 원을 기관 운영비 등으로 전용하기도 했다. 직원 47명은 허위 근무 등으로 시간 외 근무수당 1700만 원을 챙겼고 연구비로 신발건조기 등을 구입한 교수도 적발됐다. 한전공대는 지난해 9월 한국전력의 업무 진단 컨설팅 결과를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하지 않아 은폐 의혹까지 제기된다. 산업부는 기관 경고 등과 함께 윤의준 총장의 해임을 이사회에 건의했다.



한전공대의 난맥상은 설립 이전부터 예견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이 문을 닫는 상황인데도 호남 표를 얻으려 한전공대 신설을 밀어붙였다. 특히 한국전력이 적자 늪에 빠져도 지원하도록 대못을 박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과속으로 한전은 지난해 32조 603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올해 1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44조 6793억 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전과 자회사는 2020~2022년 1724억 원을 한전공대에 출연했다. 올해도 한전과 자회사의 출연금은 1106억 원에 이른다. 올해 한전공대 예산(1986억 원)의 55.7%다. 앞으로 한전공대에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돼 한전의 부실이 가속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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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가 정부의 내년도 한전공대 출연금을 역대 최저 수준인 200억 원 초반대까지 삭감·편성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올해 정부 출연금 310억 원보다 30%가량 축소된 규모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한전공대의 비위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묻고 부정 사용된 돈은 환수해야 할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학교 운영 전반이 총체적 부실 상태로 드러난 만큼 한전공대의 존속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인근 과학기술 분야 대학과의 통폐합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전 경영진과 노조도 임금 및 성과급 반납을 넘는 더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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