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기업 동맹






글로벌 기업들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동맹 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냉전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이 가치 동맹을 강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기술 동맹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6일 BMW·제너럴모터스(GM)·혼다·메르세데스벤츠·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 미국에서 ‘충전 동맹’을 결성하기로 했다. 이 동맹은 양대 전기차 충전 방식인 합동충전시스템(CCS)과 북미충전규격(NACS) 커넥터를 함께 제공하는 고출력 충전소 3만 개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충전 표준으로 자사의 NACS를 밀어붙이는 테슬라의 독주를 막기 위해 경쟁사들과 손을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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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시장에서도 기업 간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SK텔레콤과 도이체텔레콤·싱텔·이앤(e&) 등 아시아·유럽·중동을 대표하는 주요 통신사들은 27일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미국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시장에 통신사들이 힘을 합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미국의 빅테크들도 기술 개발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안전 표준’ 마련에서는 협력하고 있다. 구글·MS·오픈AI·앤트로픽 등 4개 기업이 발족한 ‘프런티어모델포럼’은 미 의회 차원의 규제가 도입되기 전에 업계 자체적으로 안전 표준을 개발하기로 했다.

미래형 이동 수단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선점을 위한 짝짓기도 치열하다. 한화시스템은 19일 미국 방산·우주항공 기업 허니엘과 ‘미래형 항공 기체’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세계적인 UAM 기체 제조사 조비에비에이션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기업들이 동종 업계의 경쟁사 또는 이종 업계 기업과 씨줄과 날줄처럼 수많은 동맹을 맺는 것은 단거리 경주 같은 기술 경쟁에서 한 번 뒤처지면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도 초격차 기술 개발과 글로벌 기술 표준 선점을 위해 범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할 때다.

김능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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