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이 역대 최장기간인 19일째 파업을 지속하면서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는 가운데 노동조합이 31일 2차 투쟁을 선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중앙위원회 위원 100여 명은 이날 오전 부산대병원 로비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파업 해결을 위한 5대 특별결의를 발표했다. 이날 책택된 결의안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환자피해 사례 증언대회 개최와 인력충원투쟁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2차 행동 △비정규직 직접고용 완료투쟁 △성실교섭 촉구투쟁 △조속한 진료 정상화 촉구투쟁 등이다.
이 중 '비정규직의 직고용' 문제를 두고 노사간 입장차가 가장 극명하게 갈린다. 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업장의 경우 직고용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2017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용역업체에 소속된 미화·시설·주차·경비 등 비정규 직원 501명의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14개 국립대병원 중 직고용을 완료하지 않은 곳은 부산대병원이 유일하다.
병원 측도 전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앞서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공청회를 열었고, 2021년 11월 이사회를 열어 '전환 대상 근로자·병원 구성원 등 이해 당사자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으나 아직 직고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수년간 50여 차례가 넘는 교섭을 가지면서 7년간 해당 문제를 끌어온 만큼 직고용이 '즉시' 해결돼야 파업을 풀 수 있다는 입장인데 사측은 그간 코로나19로 비상 경영이 진행돼 이사회가 제시한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파업을 풀면 절차를 밟겠다고 버티고 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진통이 심해지자 노조가 최근 의견수렴을 바로 진행하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병원 측은 2018년 이후 신규 직원이 1000명이 넘어선 만큼 의견수렴에 앞서 전 직원 대상 '설명회'가 필요하다며 또 다른 절차를 들고나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병원의 요구사항대로라면 비정규직의 직고용 관련 설명회를 열고 구성원 의견을 들은 다음, 8월 말까지 전환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 제정 불발 이후 준법투쟁을 전개하면서 불거진 '불법의료' 문제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요인이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는 지난 25일 부산역 광장에서 △대리처방을 지시한 의사 아이디와 비밀번호 △대리 처방을 지시한 의사의 문자 △환자 신체 부위를 찍어 의사 개인 휴대전화로 전송한 사진 등을 공개하며 현장에서 만연한 불법의료 실태를 고발하고 나섰다.
다음달 2일까지 파업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튿날인 3일 부산대병원의 불법의료 사례와 증거들을 추가로 공개하고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와 교육부 및 감사원의 감사, 보건소 현장조사 및 국회 교육위원회 현장조사, 국민권익위원회 제소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파업 장기화에도 부산대병원과 부산대병원지부 소속 양산부산대병원은 응급·분만·중환자 치료·투석 등의 필수의료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입원·수술·외래진료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항암치료 중단에 따른 환자들의 민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이어지고 있다. 박수은 부산대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전 부산대어린이병원장)는 지난주부터 '부디 어린이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섰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중앙대의원과 전남대의원 명의로 '병원장님 힘내세요'라는 화환이 양산부산대병원에 잇달아 배달되면서 또다른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양상이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이들 단체가) 부산대병원 파업에 개입해 불성실교섭과 파업장기화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지 진위를 파악하고 엄중 대응할 계획"이라며 " “환자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부산대병원지부 파업투쟁 승리와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해 함께 투쟁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