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커지는 '세수 펑크'…상반기 40조 덜 걷혀

◆6월 국세수입 현황

진도율 44.6% 2000년 이후 최저

이대론 세입예산보다 44조 부족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 떨어져

법인세 중간예납도 악화 불가피

"하반기 부가세 등 더 걷어야"

연합뉴스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조 원 가까이 덜 걷혔다. 기업 실적 부진과 부동산 거래 감소, 세정 지원에 따른 기저 효과가 맞물리면서 역대급 세수 펑크가 현실화됐다.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 흐름을 기대하는 정부의 전망과 달리 하반기에 세수 펑크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6월 국세수입 현황을 31일 발표했다.





올해 1∼6월 국세수입은 178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 대비 39조 7000억 원 감소했다. 국세수입 예산 대비 진도율은 44.6%이었다. 지난해 55.1%보다 10.5%포인트 낮다.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진도율 격차는 전월(9.7%포인트)보다 더 커졌다. 세금을 걷는 속도가 갈수록 더 느려지는 상황이다. 연말까지 지난해와 똑같은 수준의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 5000억 원) 대비 44조 원 이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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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와 소득세 감소가 세수 부족 사태의 주원인이다. 올해 상반기 법인세는 46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63조 5000억 원보다 16조 8000억 원(26.4%) 덜 걷혔다. 올해 정부 목표치(105조 원)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소득세 역시 부동산 거래 감소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줄어들고 종합소득세도 전년에 비해 감소해 상반기 11조 6000억 원 축소된 57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주택 매매량은 1년 전보다 29% 줄었다.

문제는 하반기 펑크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6월에도 세수 실적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6월 국세수입은 18조 4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조 3000억 원 줄었다. 부동산 거래가 끊기며 소득세가 2조 1000억 원 감소했고 경기 침체에 부가가치세는 7000억 원 줄었다. 법인세는 5000억 원 늘었지만 고금리에 따른 원천분 증가 영향이 크다.

당장 8월 법인세 중간예납부터 문제다. 지난해 세제개편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구간별로 1%포인트씩 낮췄던 법인세 인하 효과가 하반기부터 영향을 미치게 되는 데다 올해 상반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기업의 법인세 중간예납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세입 여건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삼성전자는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95.5%, 95.7% 쪼그라들었고 SK하이닉스는 올해 1·2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8월 법인세 중간예납 과정에서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가결산 후 예비 납부분을 결정하는데 올해 상반기 경기 침체로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이 많은 만큼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도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 흐름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정훈 세제실장은 “지난해 경기 흐름이 압도적인 상고하저였기 때문에 실적이 좋지 않은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올해 하반기는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며 “현대차와 기아차가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고 반대로 반도체 업계는 속도는 느리지만 어느 정도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내수 흐름이 나쁘지 않은 만큼 하반기 부가가치세가 법인세 중간예납 감소분만큼 더 걷혀야 한다”며 “세수 펑크가 40조 원대 중반을 넘어가면 재정 운용에 큰 장애가 생긴다”고 전했다. 정부는 올해 세수를 재추계해 8월 말 또는 9월 초에 발표할 예정인데 크게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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