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직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공직을 스스로 그만둔 공무원이 2년 만에 2배 증가했다. 낮은 보수, 고강도 민원, 경직된 조직 문화에 실망한 2030세대들이 공직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일을 찾아 떠나고 있다. 최근 교권·공권력 추락으로 교사·경찰 등 특정직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무원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재직 기간 1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는 지난해 3064명을 기록했다. 퇴직에 따른 공무원연금 가입 해지자로서 파면·해임·당연·직권·사망 등의 사유를 제외한 자발적 퇴직자들이다.
1년 미만 퇴직 공직자는 2020년 1583명에서 2021년 2686명, 2022년 3064명으로 증가해 2년 만에 2배가량 뛰었다. 2년 미만 퇴직자로 범위를 넓혀도 2019년 3225명에서 지난해 6136명으로 3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단기 퇴직이 늘어난 배경으로 2018년부터 시간선택제(임기·전환·채용) 공무원이 공무원연금법 적용을 받게 된 점을 들 수 있다. 임기제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경우 일반적으로 2년 계약, 최장 5년까지 연장하는 형태로 근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1~2년도 못 버틴 공무원이 급증한 대목은 2030세대의 공직 사회 탈출이 특히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연차 공무원 이탈의 가장 큰 이유로 처우 문제가 꼽힌다. 올해 9급 1호봉 공무원의 월급은 177만 800원으로 시간당 최저임금 9620원을 적용한 최저 월급 201만 580원보다 적다. 보수의 20~30%가 제세공과금으로 공제돼 수당을 반영하더라도 저연차 공무원의 급여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게 공무원 측 주장이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신규 입직자의 공직 이탈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며 인상률을 적용한 보수 인상이 아닌 정액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 이탈은 연령과 직종을 불문하고 벌어지는 현상이다. 인사혁신처·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의원면직 수는 2017년부터 매년 늘어 2022년 각각 9225명→1만 5429명, 2465명→5819명으로 증가했다. 정년퇴직·직권면직이 아니라 스스로 공직을 그만둔 공무원이 5년 만에 1만 1690명에서 2만 1248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서울시 의원면직도 2021년 181명에서 2022년 320명으로 급증했다.
2021~2022년 경찰 1173명→1306명, 소방 365명→465명, 교육 7333명→7529명 등 특정직 의원면직도 증가하는 추세다. 10·29 이태원 참사, 충북 오송 지하 차도 침수 사고 등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윗선 대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나 소방관·경찰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분위기 속에 정년 전 자발적 퇴직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지난달 27일부터 ‘궁평 지하 차도 참사 경찰 책임 전가 규탄’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의 동요도 심각하다.
인사혁신처가 9급에서 3급까지 승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현행 16년에서 11년으로 줄이는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나섰지만 공직 사회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처우 개선과 조직 문화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공무원 시험을 보는 젊은 층이 많이 줄어든 것은 기업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여를 많이 올리고 워라밸 중심으로 문화를 바꾸려는 혁신이 있었던 반면 공공 부문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인센티브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사회 초년생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급여를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적 동의를 얻는 작업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