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 관련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소송기각 신청을 거부했다. 가상자산이 일반 대중에게 판매될 경우 증권이 아니라고 결론낸 기존 판례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1일 외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를 취소해달라는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의 주장을 기각했다. 제드 레이코프 담당 판사는 “(미국의 증권성 판단 기준인) 하우이 테스트에선 구매자가 누구냐에 따라 증권성을 다르게 보지 않는다”며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가상자산 판매 방식에 따른 증권성 판단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테라폼랩스 측은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이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랩스 간 재판에서 “기관투자자들에게 판매될 때는 증권이지만 일반 대중에겐 증권이 아니다"라고 결론낸 판결문을 인용해 소송기각을 신청했다.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는 지난 2월 미등록 증권 제공·판매를 통해 최소 400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SEC로부터 제소됐다. 이에 대해 테라폼랩스 측은 테라USD는 스테이블코인으로서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날 법원이 소송기각 신청을 거부하면서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는 결국 사기 혐의 재판을 받게 됐다.
미국 법원의 결정이 국내 혐의 입증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이 권 대표에 적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유효하려면 테라·루나의 증권성이 성립돼야 하는데 국내 증권성 판단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법원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테라·루나 사태 핵심 인물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의 구속영장을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