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의혹과 관련해 한미의 독자 제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외교부는 “북한과의 불법적인 무기 거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사실관계와 관련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에 기여하거나 대북 제재 위반 행위를 지원하고 관여하는 개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독자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자체적으로 파악한 사실관계와 관련 법상 요건 충족 여부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나갈 계획이다.
독자 제재 조치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실관계가 파악돼야 한다. 정부는 북러 간 무기 거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측과 외교 채널을 통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독자 제재에 필요한 정보뿐 아니라 동향 보고 등 전반적인 여건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7월 31일(현지 시간) 북러 간 무기 거래 정황을 언급하며 “우리는 과거 북한을 상대로 다양한 활동에 관해 제재를 부과해왔다.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한 세계 다른 단체와 개인에도 다양한 제재를 부과했다”며 “우리는 향후에도 그렇게 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가 제재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우리 정부의 첫 대러 독자 제재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총 10차례에 걸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개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독자 제재를 단행해왔는데,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과 무기를 거래할 경우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셈이 된다.
다만 대러 제재의 경우 국내 기업과 경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돼 제재 여부 및 실행 수위가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따라 금융 등의 분야에서 대러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가 지난해 3월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고 러시아 산업통상부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병행수입 허용 목록에서 제외할지 검토하는 등 피해가 적지 않다. 또 주요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규제한 여파로 한국의 LNG 수입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기도 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러시아가 한국을 전기자동차 등 특정 산업에서 중장기적 협력 파트너로 여기고 있는 만큼 적극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협력 환경이 악화되면 신규 투자나 양국 왕래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가 이를 반박할 거래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은 과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사실 확인 등)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독자 제재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할 만한 조치가 마땅치는 않다. 결국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거래 중단인데 경제제재의 경우 현장에서는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