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국 경제 복병으로 떠오른 '폭염'…'화씨 100도' 근무환경에 미국인 사표낸다

미국 뉴욕에서 폭염 속에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미국 뉴욕에서 폭염 속에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극심한 더위가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폭염으로 경제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노동 조건이 악화되고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노동 현장의 사례를 전하며 폭염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캔자스주 도지시티에 있는 육가공업체 내셔널비프 도축장의 직원들은 무더위 속에서 작업할 때 무거운 보호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보안경까지 쓴다. 장비를 소독하기 위해 화씨 180도(섭씨 82도)가 넘는 뜨거운 물을 붓는데, 도축장 안에는 제대로 된 냉방시설이 없고 열기를 내뿜는 선풍기뿐이다.

캔자스·미주리·오클라호마주의 육가공업계 노조 대표인 마틴 로사스는 내셔널비프 도축장에서 일하는 직원 2500명 중 약 200명이 지난 5월 이후 일을 그만뒀다고 전했다. 예년 같은 기간보다 10% 많은 수치로, 사직 급증의 이유는 폭염으로 여겨진다.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서도 퇴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주방에 에어컨이 설치돼있기는 하지만 패티를 굽고 감자를 튀기는 열기가 이를 압도한다.



캘리포니아주의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더위로 인한 노동조건 악화로 직원들이 그만두는 사례가 적지 않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맥도날드 지점에서 20년간 일했다는 리아 로드리게스는 NYT에 "매장 모든 곳에 에어컨이 있지만 주방의 온도계는 여전히 화씨 100도(섭씨 37.8도)를 넘는다. 이전에도 여름엔 더웠지만 이렇게 기절할 정도로 덥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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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노동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의 한 창고에서 지게차를 모는 세르시코브는 숨 막히는 더위 때문에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지곤 해 올여름 두 차례나 응급실 신세를 졌다고 말했다.

땡볕 아래에서 작업하는 농부들은 멀쩡히 자라던 농작물이 타죽는 상황을 맞이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NYT는 기록적인 더위가 노동 환경에 악영향을 미처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에서는 무더위에 따른 경제 손실이 2020년 1000억 달러(약 128조 2000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2050년까지 연간 5000억 달러(약 641조)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온이 화씨 90도(섭씨 32.2도)에 이르면 생산성이 25% 하락하고 100도(37.8도)를 넘으면 70%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펜실베이니아대의 환경·노동경제학자인 R 지성 박 교수는 NYT에 "이번 더위로 우리는 폭염이 예상보다 더 여러 방식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7월에 이어 역대 최고 기온을 뛰어넘으며 더 더워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유럽에서도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8월의 첫째 주인 이번 주는 미국 중부와 남부의 평원지대와 미시시피강 하류, 멕시코만 연안 일대에 무더위가 닥칠 전망이다. 특히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 일대의 기온이 전보다 더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최고 기온이 화씨 115도(섭씨 46.1도)를 넘어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안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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