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별빛 쏟아지는 사랑채서 하룻밤…시간도 잠들다

◆인스타그래머·외국인이 콕 찝은 한옥호텔·리조트

[켄싱턴호텔 '남원예촌']

화학재료 안쓰고 옛 방식 그대로

투숙객은 인근 관광지 무료 관람

[경북 안동 '구름에']

한옥 연식만 200~400년 달해

1만7000㎡ 규모 빽빽한 숲 장관

경원재 앰배서더는 인증샷 명소로

관광公, 한옥브랜드화 사업 전개

전라북도 남원 남원예촌의 객실 전경. 사진 제공=켄싱턴호텔앤리조트전라북도 남원 남원예촌의 객실 전경. 사진 제공=켄싱턴호텔앤리조트




까만 기와지붕 아래 나무 기둥으로 세운 전통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한옥들을 구경하며 방을 찾아가는 것부터 재미다. 툇마루에 신발을 벗고 대청마루에 앉으면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시원하다. 창호로 된 방문을 열면 방 한가운데는 침대 대신 이부자리가 펼쳐져 있다. 날이 어두워지면 초롱불이 하나둘 켜지고 주변 풍경과 함께 한옥의 야경을 고즈넉하게 즐길 수 있다.



내국인에게는 양반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주고 외국인에게는 전통 한국을 체험할 수 있는 한옥 호텔·리조트가 인기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숙박으로 알려지면서다. 엔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까지 점차 늘어나면서 한옥 호텔·리조트 업계도 MZ세대·외국인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켄싱턴호텔앤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남원예촌’이다. 남원예촌은 한옥 명장이 전통 방식으로 지은 호텔이다. 인류무형문화재 최기영 대목장 및 국내 명장들이 화학재료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자연 재료만 쓰고 옛날 건축기법을 활용했다. 호텔을 유지·보수하기 위해 일 년에 한 번 한옥 장인이 남원·지리산 등에서 생산한 옻으로 목재를 칠하기까지 한다. 난방 시스템도 아궁이를 활용하고 있다. 한옥의 전통을 최대한 살려서 운영되는 셈이다.

전라북도 남원 남원예촌에서 외국인 투숙객이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사진 제공=켄싱턴호텔앤리조트전라북도 남원 남원예촌에서 외국인 투숙객이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사진 제공=켄싱턴호텔앤리조트


경상북도 안동 구름에 리조트 내 천자문광장에서 관광객들이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제공=구름에 리조트경상북도 안동 구름에 리조트 내 천자문광장에서 관광객들이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제공=구름에 리조트



총 24개 객실의 전체 투숙률이 90%로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남원예촌은 투숙객에 한해 인근의 대표 관광지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마패 서비스’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내외국인을 위해 한복을 입고 호텔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과 판소리를 배워보는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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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 위치한 ‘구름에’ 리조트도 조용하게 힐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리조트는 퇴계 이황의 10대손 이휘면이 건립한 칠곡고택, 조선 후기 정3품 벼슬을 지낸 이지가 세운 박산정 등 한옥을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한옥의 연식만 200~400년에 이른다. 7개의 고택을 10개 객실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나무가 빽빽한 숲을 배경으로 1만 7000여 ㎡ 규모의 한옥 시설을 산책할 수 있는 건 투숙객만의 혜택이다. 조용히 풍경을 즐기면서 쉴 수 있다는 후기들이 많다.

리조트의 최근 예약률은 62%다. 전체 투숙객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달 평균 4~5%다. 코로나19 전만 해도 외국인의 비중은 10%였다. 리조트는 코로나19 이전에 내외국인 투숙객을 대상으로 전통 한복을 입거나 고추장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숙박료에 포함한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었다. 리조트의 한 관계자는 “단체 손님 6~10명 정도가 참여해야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올해 중에 프로그램을 다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는 인천 송도에 위치한 ‘경원재 앰배서더’가 인기 드라마의 촬영지로 드라마 팬들이 인증샷을 찍으러 오는 한옥 호텔이다. 최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청와대 서별관의 장소로 나왔다. 독채이면서 별채로 운영되는 로얄 스위트룸은 ‘도깨비’ 촬영 장소로 안내판까지 설치돼 있다.

호텔 외부는 전형적인 한옥의 모습을 보이지만 내부는 현대적으로 설계됐다. 가령 전통 방식인 우물마루는 난방에 취약하기 때문에 전기 온수난방을 설치하고 나서 우물마루 형상으로 설치했다. 한옥 호텔 중 최초로 5성 등급을 획득한 이유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경원재 앰배서더의 전체 투숙률은 약 64.7%로 이 중 외국인의 투숙률은 11.3%를 차지했다. 내외국인의 투숙률을 높이기 위해 숙박 외에도 곤룡포·중전당의, 신라시대 복식 등 한국 전통 의상을 입고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 외국인 고객이 한국 방문 기념 상품을 구매하는 한국관광명품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MZ세대의 이색 숙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만큼 한옥 숙박의 인기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통 한옥을 지역별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해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엔데믹으로 인해 외국인 투숙객도 점차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총 443만 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코로나 시기(2020~2022년)에 한국을 방문한 연간 외국인 규모를 6개월 만에 넘어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해 추진하던 한옥 브랜드화 사업을 올해는 한국관광공사가 사업자 선정부터 홍보까지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사업은 전통 숙박 체험 상품을 운영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운영 자금 최대 2000만 원을 지원해주고 전문가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문체부가 사업을 운영했을 때는 내국인의 한옥 이용을 늘리기 위해 와디즈 등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숙박권을 판매하는 방안을 지원했다. 올해는 엔데믹으로 여행 장벽이 풀린 만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판로 개척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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