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 박테리아(세균)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물질을 찾았다.
한국연구재단은 서지원 광주과학기술원(GSIT) 교수와 이성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박사 공동 연구팀이 다제내성균에 효과적이면서도 독성이 작은 새로운 항생제 물질을 발굴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최근 게재됐다.
세균이 특정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면 다른 항생제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 다제내성균은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져 치료가 더 어렵다. 2016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 인류가 가진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균이 발견됐고 이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제내성균으로 인한 사망자가 2019 연간 70만 명에서 2050년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암 사망자 수와 맞먹는다.
이런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에 대응해 전 세계 학계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연구팀은 ‘항균 펩타이드’라는 물질에 주목, 이를 인공적으로 모사한 물질 ‘항균 펩토이드’를 개발했다. 항균 펩타이드는 생명체의 면역계가 진화 과정에서 최적화해 갖춘 고유한 항생 물질이다. 이를 모사한 만큼 여러 박테리아에 맞설 수 있고 약물의 독성도 작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항균 펩토이드 80여종을 합성하고 각각의 효능과 독성을 평가해 이 중 ‘펩토이드29’라는 물질을 선별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단시간에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고 그 과정을 ‘굴절률 기반 3차원 홀로그래피 단층촬영 현미경’이라는 세포 단위 해상도의 정교한 촬영 장비로 직접 확인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신규 항생제 물질이 박테리아에 작용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항균 메커니즘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했다”며 “향후 다제내성균으로 인한 감염병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