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신입 직원 모집에 나선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경영학보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를 더 많이 뽑기로 했다.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관련 연구를 포함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 활용, 정보 보호 강화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3일 한은의 2024년도 신입 종합기획직원(G5) 채용 안내에 따르면 전체 채용 예정 인원 87명 가운데 컴공 직군은 역대 최대인 20명으로 전년(9명)보다 두 배 확대됐다. 경제학(31명)보단 적지만 경영학(17명), 법학(6명), 통계학(6명), 지역 전문 경제·경영학(7명)보다 많다. 특히 컴공 모집 예정 인원이 주요 직군 중 하나인 경영학보다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모집 인원에서 컴공 직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에는 6.7%로 10% 미만이었으나 2021년 10.9%, 2022년 16%, 2023년 12.5%로 늘더니 내년 23%까지 비중이 확대됐다. 반면 경영학 직군은 통상 30%를 넘었으나 내년에는 20% 미만까지 하락했다.
한은이 컴공 전공자를 대거 수혈하는 것은 향후 중앙은행 업무에 IT 활용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AI와 빅데이터 등 최신 IT를 통한 다양한 디지털 혁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실시간총액결제(RTGS) 기반 소액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외자 시스템도 재구축하는 등 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경제·금융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CBDC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이외 클라우드 기술 도입이나 정보 보호 강화 등으로 한은 전 부서에 걸쳐 상당 규모의 IT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평소 챗GPT를 활용하는 등 새로운 IT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챗GPT 기술을 보안 문제 없이 한은 내부망에서 쓸 방안을 연구하거나 금융시장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촉발할 수 있는 가짜뉴스를 잡을 AI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한은은 9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학력·나이 제한이 없다. 한은 자체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