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개 남의 죽음에 대해서는 말을 많이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죠. 삶을 내 뜻대로 살아온 것처럼 죽음도 내가 잘 준비해야죠.”
최영숙(사진) 대한웰다잉협회장은 삶과 죽음을 동급으로 여긴다. 삶과 죽음을 반대개념으로 인식하지 않고 연속적인 선상에서 이해한다. 그가 협회까지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 ‘웰다잉’은 ‘웰리빙’과 연결돼 있다. 잘 죽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사실은 잘 사는 것이다.
그는 젊을 때 간호사로 일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두 부류로 나뉘는 걸 알았다. 한 부류는 죽는 날까지 씩씩거리며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요, 또 한 부류는 “올 게 왔구나”라며 선선히 갈 길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부류는 평소 죽음에 대해 준비가 돼 있었다. 그는 점차 죽음에 대해 천착했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아가며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지를 연구했다.
웰다잉은 죽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한다. 삶만 있고 죽음이 없다면 이 세상은 지옥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삶을 언제 어떻게 마감할지 알지 못한다. 혹시 말도 못 하고 의식도 없는 상태가 돼 기약 없는 연명 치료를 이어간다면 이는 스스로는 물론 가족과 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놓아야 할 이유다.
최 회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때 장기 기증 여부도 결정하고 장례 절차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소한 문제로 남은 가족 간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유언장은 당연히 써놓는다.
태어난 후 이제껏 살아온 개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인생 노트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작업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누군가가 있다. 부모·형제·친구·은사 등이다. 그들은 분명 내게 어떤 식으로건 영향을 줬다. 그들과 함께한 모든 일들이 모여 오늘의 내가 됐다. 그런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정리하다보면 흐릿한 실루엣으로만 짐작할 수 있던 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인생 노트를 완성하면 그 자체로 자서전이 된다. 자서전은 자식들에게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인생을 돌아보면 그리운 사람, 고마운 사람, 소중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자칫하면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언제 가더라도 아쉽지 않게 그들을 초대해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대접하는 것이 좋다. 생전 이별식이 될 수도 있고 미리 여는 장례식이 될 수도 있다. 최 회장은 “이별식은 나는 물론 상대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귀띔한다. 아직 나를 보낼 준비를 하지 못한 남은 사람을 위한 배려이기 때문이다.
웰다잉협회는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연명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한 법으로 2018년 시행 이후 5년간 26만여 명이 의미 없는 연명 의료를 중단했다. 연명 의료와 호스피스로 이뤄져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최 회장은 “연명의료결정법은 앞으로 웰다잉기본법으로 확대해 장례, 기부, 장기 기증, 자살 예방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