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청년 좌담회에서 과거 아들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게 자기(아들) 생각이었다. 되게 합리적이지 (않으냐)”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지 나흘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회장 등에게 사과했다. 이에 김 회장은 김 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치면서 “정신 차리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1일 인천시당 간담회에서 노인 폄하 발언 파문을 물타기하려는 듯 난데없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을 맡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분노가 치밀어서”라며 ‘대통령’ 호칭도 쓰지 않고 “윤석열 밑에서 통치받는 게 창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때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됐는데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했다. 윤 정부 출범 당시 금감원 부원장으로 재직하던 김 위원장은 ‘사표’를 낸 다른 부원장들과 달리 3년 임기를 다 채우고 3월에 퇴임했다. 그 기간에 연봉 3억 원을 꼬박꼬박 챙기고 관용차와 운전기사까지 지원받았다.
김 위원장은 6월 15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기성 정치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혁신안 1호로 ‘불체포특권 포기’ 당론 채택을 요구했으나 민주당 의총은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을 붙여 특권을 포기하는 시늉만 했다. 이후 ‘체포동의안 기명투표’를 추가 혁신안으로 내놓았다. 언뜻 혁신적으로 보이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당내 비주류의 찬성표를 막기 위한 꼼수였다. 김 위원장의 언행은 국민을 세대나 성별로 갈라쳐 표를 얻으려는 기성 정치인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등 떠밀려 내놓은 늑장 사과에서 어떤 국민도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당 혁신위는 쇄신과 통합을 외면하고 우리 정치를 후퇴시키는 ‘구태위원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과의 말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