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영아용 6가백신 개발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영유아는 성인에 비해 감염병에 취약하다 보니 출생 직후부터 B형간염·결핵·백일해 등 각종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국가에서 정한 백신을 접종해야 합니다.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에 포함된 백신의 경우 접종 비용도 지원되죠. 흔히 백신 앞에 붙은 숫자는 혈청형 개수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숫자가 커질수록 예방 범위가 넓어진다는 의미인데요. LG화학이 이번에 국내 임상 1상 시험에 착수한 ‘APV006’은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을 비롯해 소아마비·뇌수막염·B형간염의 6개 감염병을 예방하는 백신입니다.
출생시 B형간염 백신을 맞혔다면 생후 2·4·6개월째 3번만 추가 접종하면 되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5가백신보다 접종 횟수를 2회 줄일 수 있습니다. 만약 이들 질환을 각각 예방할 수 있는 기초접종 백신을 일일이 맞는다면 출생 직후부터 6개월까지 총 12회를 접종해야 하는데요.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예방접종을 위한 병원 방문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현재 국내에서 무료 접종이 가능한 NIP 사업에는 4가와 5가 혼합백신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기업 사노피의 ‘헥사심’과 GSK의 ‘인판릭스 헥사’ 2종이 공급되고 있는데 국내에는 2021년 사노피 제품만 도입됐습니다.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인데 편의성이 높다보니 자비로 6가백신을 접종하려는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해요. 이미 해외에서는 6가 혼합백신이 대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입니다. 미국·캐나다·영국·호주 등 40여 개국에서 필수 예방접종으로 권고되고 작년 말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절반 이상에서 6가백신을 사용 중으로 확인됩니다.
5가 혼합백신에 B형간염 백신을 따로 접종하는 것보다 6가백신을 맞으면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정부도 NIP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 중인데요. 질병관리청은 작년 말부터 6가 혼합백신을 비롯해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대상포진 백신 등 민간에서 유통 중인 각종 백신의 NIP 도입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비용효과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머지 않아 6가 혼합백신이 영유아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아직은 무료 접종이 가능한 5가백신 점유율이 90% 이상이지만 6가백신이 NIP 사업에 포함된다면 국내 시장 판도가 바뀌는 건 사실상 시간문제일 겁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온 국민이 ‘백신 주권’의 중요성을 절감했기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영유아 혼합백신의 국산화 도전은 반가운 일입니다. 지난 2021년, 2022년에도 예기치 못하게 해외 제조사들이 공급을 일시 중단하면서 영아 예방접종 대란이 발생했거든요. LG화학은 옛 LG생명과학 시절부터 영유아 백신 개발에 공을 들여 왔습니다. 영유아 5가 혼합백신 ‘유펜타’와 소아마비 백신 ‘유폴리오’를 통해 유니세프 입찰에 참여해 수주한 이력도 있죠.
참고로 LG화학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겨냥한 6가 혼합백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1상에 돌입한 APV006이 백일해균의 특정 항원을 적용한 ‘정제 백일해’를 기반으로 한다면 ‘전세포 백일해’ 항원에 기반한 제품의 임상 2상 시험도 진행 중입니다. APV006의 경우 이제 막 임상 1상을 시작한 데다 국내 상용화 목표 시점이 2030년이라 다소 먼 일로 여겨지긴 합니다. 그럼에도 NIP 진입 가능성이 열려 있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는 물론, 국가 재정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되고요. 국산 6가 혼합백신이 빠른 시일 내에 상업화에 성공하길 응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