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두 차례 시도 끝에 박영수(71) 전 특별검사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 수사에 착수하는 등 꼬인 실타래가 풀리면서 향후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한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총장 등으로 사정칼날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열고,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6월 30일 박 전 특검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34일 만이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게 법원이 밝힌 발부 사유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 소속 정일권(사법연수원 27기) 부부장검사 등 검사 6명을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또 총 230여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도 재판부에 제시하며 혐의 중대성 등을 강조했다. 이에 박 전 특검 측은 1차 영장심사 때와 비슷한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으나 결국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50억 클럽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암초의 연속이었다. 지난 2월에는 뇌물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4개월 뒤에 검찰은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결국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검찰은 박 전 특검에 대해 2014~2015년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의사회 의장, 감사위원장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과 부동산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적용했다. 또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고, 우리은행의 역할이 축소된 2015년 3~4월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의 대가로 5억원을 받은 뒤 50억원을 약정받은 부분도 혐의 가운데 하나였다. 검찰은 해당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보강수사를 통해 박 전 특검이 특검 재직 기간인 2019~2021년 딸 박모씨를 통해 화천대유에서 ‘단기 대여금’으로 가장한 돈 11억원을 수수하는 등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했다. 결국 지난 6월 30일 박 전 특검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34일 만에 그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특히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 수사에 성공하면서 지금껏 제기됐던 ‘늑장·부실 수사’ 등 비판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검찰이 박 전 특검 구속 수사에 성공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향후 사정 칼날이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이 실린다. 검찰이 최장 20일 동안 박 전 특검을 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면서 차츰 수사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수사하고 있다. 해당 의혹 규명을 위해 순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을 비롯해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언급됐다. 김 전 총장의 경우 김씨에 대한 공소장에 등장한 바 있다. 김 전 총장이 김씨를 만나 대장동 수사 관련 대책을 세운 뒤 변호사를 추천해줬고, 해당 변호사를 통해 김씨 범죄 수익을 은닉했다는 내용이다. 권 전 대법관은 앞서 2021년 검찰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최 전 수석은 2022년 초 진행된 서면 조사를 제외하고는 따로 진행된 부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