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면서 정부 당국이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오후 5시부로 폭염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2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향후 3일간 일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특보 구역이 108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중대본 2단계 격상 요건이 충족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1일 폭염 대응 중대본을 가동하고 폭염 위기경보 수준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2019년 이후 4년만에 폭염으로 심각 경보가 발령된 것이다.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일사병, 열사병 등 온열질환 위험도 한껏 높아졌다. 행정안전부와 소방당국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일 기준 23명으로 전년동기(7명)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여름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온열질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 세계 청소년들의 축제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쏟아지고 있다.
온열질환은 열에 장시간 노출되어 두통과 어지러움증·근육경련·피로감·의식저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건조하고 뜨거운 피부·어지러움·메스꺼움·빠르고 강한 맥박·근육경련 외에도 극심한 피로감·빈맥·빈호흡·저혈압·의식장애·혼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와 고령층을 비롯해 만성질환자의 경우 온열질환 발생에 더욱 취약하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지선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체온 조절기능이 약화된 고령자와 적절한 냉방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일하는 야외근로자를 비롯해 고혈압,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땀 생성력이 낮아 열 배출이 어려운 어린이 등은 온열질환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은 중증도에 따라 일사병(열탈진)과 열실신, 열경련, 열사병 등으로 나뉜다. 우리 몸은 고온에 노출되면 체온이 상승하면서 뇌로부터 체온조절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 시작된다. 혈액량을 늘려 열기를 발산하고 땀을 내어 체온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수분과 염분을 잃게 되고, 어지럼증과 갈증이 유발되며 심한 경우 온열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열실신은 체온이 상승할 때 열을 외부로 발산하기 위해 체표면 혈액량이 늘리는 과정에서 심부 혈액량이 감소해 뇌로 가는 혈액량이 부족해지며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경우다. 주로 앉거나 누워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고, 오래 서 있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열경련은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땀에 포함된 수분과 염분이 과다 손실되어 근육경련이 일어나는 것이다. 고온 환경에서 강한 노동이나 운동을 하는 경우에 발생하며, 주로 종아리, 허벅지, 어깨 근육 등의 부위에 나타난다.
열사병은 체내 체온조절 중추가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해 그 기능을 상실하는 질환으로 온열질환 중에는 가장 심각한 단계에 해당한다. 열사병이 발생하면 다발성 장기손상 및 기능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흔히 40도 이상의 고열이 동반되고 심한 두통·오한·저혈압·빈맥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 의식장애까지 나타난다.
온열질환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시원한 장소로 이동하고 옷을 헐렁하게 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어지럼증과 구토, 실신 등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각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신호다.
이 달까지 무더위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당분간 온열질환 환자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온열질환에 취약한 50대 이상 고령층은 물론, 젊은 층도 방심해선 안된다. 비교적 젊은 20~40대 역시 전체 온열질환 환자의 35.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폭염이 심한 날은 외출과 외근을 자제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온열질환은 예방이 최선이다. 기온이 높은 오후 12시~5시 사이에는 가급적 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섭취하는 것이 권고된다. 물은 하루에 2리터 정도 섭취하는 편이 좋다. 무리하지 않게 운동량 조절하고, 적정 실내온도(26℃)를 유지하면서 부득이 야외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 헐렁한 반바지 등을 입고 양산, 모자로 햇볕을 차단하도록 하자. 임 전문의는 “경동맥과 뇌동맥 협착증으로 진단됐거나 만성적으로 심뇌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겨울보다 여름에 뇌졸중 비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며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탈수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건강관리와 온열질환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