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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무장 첫 ‘전기 구축함’ KDDX 성능은…수주전은 HD현대중공업 한 발 뒤쳐져[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미니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KDDX’, 스텔스 성능 갖춘 차세대 전투함

한국형 구축함 사업(KDX)-4로, 6000t급의 완전 국산화된 전투체계

탄도탄 추적·요격 및 해상 대공방어 능력, 대 잠수함 작전능력 주 임무

해군 첫 스텔스 통합 레이더 탑재, 통합마스트는 레이더 시스템 모듈화

함교 위에 우뚝 솟은 감시탑…레이더 반사면적지수(RCS)를 크게 줄여

AESA 동서남북 4면 고정, 표면 배열 레이더는 360도 모든방향 감지

L-SAM의 다기능 레이더(MFR)과 동일 S밴드,위상배열 레이더도 장착

전개시간·규모·대역 고려시, KDDX 레이더의 탐지 범위 400~450㎞

함대지 탄도탄·초음속 함대함 미사일, 해궁 자함방어 대공미사일 탑재

함대공-II 미사일 비롯 127mm 함포 1문 및 해상작전 헬기 2기도 탑재

차기 근접방어체계(CIWS-II) 2기 탑재…마하 5 이상 극초음속 무기 요격

한국형 수직 발사관(KVLS) 채택, 한국형 사드(THAAD) L-SAM 장착

국내 첫 ‘전기 전투함’, 발전용 가스터빈·전기모터 적용 통

‘미니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KDDX’ 모형. 사진 제공=방위사업청‘미니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KDDX’ 모형. 사진 제공=방위사업청




미니 이지스함 ‘KDDX’는 한국형 구축함 사업(KDX 사업)-4로 불리는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으로 스텔스 성능을 갖춘 최첨단 전투함이다.



현재 6대가 운용 중인 4200t급 한국형 구축함(KDX-Ⅱ)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해군 기동부대의 주전력인 7600t급 이지스 구축함(KDX-Ⅲ)보다는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미니 이지스함’(6000t급)으로 불린다.

2009년부터 해군이 도입을 추진해 10여 년 이상 추진 중인 해군의 숙원사업이다. KDDX 사업이 장기 연구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래 해군 전력의 핵심으로 목표 요구성능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엔진을 제외한 사실상 ‘완전 국산화’ 함정으로 한국 해군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국산화율로 개발되는 전투체계를 탑재한 첫 구축함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KDDX는 7조 8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KF-21 보라매 전투기 다음으로 초대형 국산 무기 연구개발사업이다. 한 척당 가격이 9000억 원 이상으로 한국형 항공모함이 도입이 결정되지 않은 현재 가장 비싼 한국형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1996년부터 시작된 한국형 구축함 사업(KDX 사업)은 3000톤급 ‘KDX-1’, 4000톤급 ‘KDX-2’, 7600톤급 ‘KDX-3’ 등을 진행해 왔다.

KDX-Ⅰ은 3000t급 전투전대 주력 전투함으로 자체 대공방어능력을 확보하고 있고, 자함 방어용 단거리 함대공 유도탄 ‘시스패로’(SEA SPARROW)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광개토대왕함·을지문덕함·양만춘함이 이 사업을 통해 건조됐다.

KDX-Ⅱ는 4000t급 전투전대 지휘통제함으로 호송 전단 및 전투전대 대공엄호 능력을 갖추고 있다. 충무공이순신함·문무대왕함·대조영함·왕건함·강감찬함이 이 사업을 통해 건조됐다.

KDX-Ⅲ 사업은 총 3조 원이 투입돼 2012년까지 7000t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이 구축함에 장착된 첨단전투체계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이지스 체계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세종대왕함·율곡이이함·서애류성룡함이 이 사업을 통해 건조됐다.

현대중공업이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 사진 제공=HD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이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 사진 제공=HD현대중공업


비싼 가격 만큼 군이 원하는 KDDX의 요구 성능은 매우 높다. KDDX는 탄도탄 추적을 통한 요격 임무와 해상 대공방어 능력, 대 잠수함 작전 능력 및 대지 공격 능력을 주 임무로 설정했기 때문에 그 능력은 최고 성능을 갖춘 구축함인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 될 전망이다. KDDX를 ‘미니 이지스함’으로 부른데, KDDX의 통합 마스트에 장착될 듀얼 밴드 AESA MFR(능동 전자주사 다기능레이더)의 탄도탄 추적능력 과 대공 탐지 능력은 더욱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KDDX가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최초로 스텔스 통합 레이더를 탑재한다는 것. 앞서 언급한 통합 마스트 덕분이다. 통합 마스트는 함교의 각종 레이더 시스템을 모듈화시켜 전자기 차폐 구조물에 넣어둔 시스템이다. 통합 마스트는 마치 함교 위에 우뚝 솟은 감시탑처럼 보이는데, 전파 도달거리 및 송신 효율 향상은 물론 KDDX의 레이더 반사면적지수(RCS)를 크게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스텔스로 무장한 구축함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지스 구축함의 레이더인 AN/SPY-1과 마찬가지로 AESA는 동서남북 4면에 고정된 덕분에 표면 배열 레이더는 아무런 방해 없이 모든 방향을 360도 감지할 수 있다. KDDX의 위상배열 레이더도 주목할 만하다. L-SAM의 다기능 레이더(MFR)과 동일한 S밴드를 사용해 질화 갈륨 소재를 이용한 AESA 레이더와 함께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아키즈키급에 설치된 레이더의 성능이 C밴드 대역에서 450㎞ 이상, X밴드 대역에서 150㎞ 이상이라는 점에서 볼 때 레이더 전개시간과 규모, 대역 특성 등으로 비교해 보면 KDDX의 레이더 탐지 범위는 약 400~450㎞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충남 호위함과 정조대왕급 구축함에서 적용된 한국형 통합 음파탐지기를 함수와 선체 꼬리 부분에 장착해 선체 고정형 음파탐지기와 예인형 능동 음파탐지기가 서로 탐지한 수중 음향정보를 분석 및 대조해 저소음 잠수함도 탐지가 가능한 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KDDX 모형. 사진 제공=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사진 제공=한화오션(엣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의 KDDX 모형. 사진 제공=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사진 제공=한화오션(엣 대우조선해양)


KDDX 무장 탑재량은 적지만 실제 성능은 현재 건조 중인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무장은 비슷한 규모의 해외 전투함에 비해 동등 이상의 수준을 구축할 예정이다. 우선 현무 IV -2함대지 탄도탄과 초음속 함대함 미사일, 해궁 자함방어 대공미사일(SAAM) 및 함대공-II 미사일을 비롯해 127mm 함포 1문 및 해상작전 헬기 2기, 차기 근접 방어체계(CIWS-II)까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CIWS-II 근접 방어시스템이 1기가 아닌 2기로 함수에 추가 설치되는데 , CIWS-II는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 무기도 요격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설치를 통해 함선의 자체 방어 능력을 크게 향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어력 성능은 함대공-II 미사일이 핵심이다. 개발이 막바지 단계인 공군의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L-SAM의 노하우를 활용해 장거리 항공 표적을 비롯해 앞으로 탄도탄 요격 능력을 갖출 개량형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급 구축함과 세종대왕급 구축함, 정조대왕급 구축함의 핵심 함대공미사일인 스탠다드 SM-2 미사일보다 동시 다목표 대응능력 및 고기동 표적 요격 능력이 훨씬 뛰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격력 성능는 초음속 함대함 미사일과 함대지 탄도 미사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 다 사거리 300~500km 이상, 속도 마하 3에서 마하 5 이상에 이르는 초고속 장거리 공격무기로, 유사시 적 함대는 물론 군항과 적 핵심 지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동급 전투함 중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무엇보다 KDDX에 장착될 수직 발사관에는 대형 한국형 수직 발사관(KVLS)가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직 발사관은 기존의 KVLS에 비해 면적이 180%, 셀 길이는 120%, 무장 하중 역시 185% 확장돼 있다. 화염처리 능력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의 KVLS가 미국의 Mk. 41 발사관과 유사하다고 본다면 KVLS-II는 Mk. 57과 유사하다. 발사관 하나에 4발의 미사일이 들어가 있는 해궁 함대공 미사일(K-SAAM)에는 한국형 사드(THAAD)라고 불리는 L-SAM과 함께 장착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KDDX 개념설계 결과물을 활용해 2013년 처음 제작한 모형(위쪽)과 2019년 마덱스에서 현대중공업이 전시한 모형(아래쪽) 비교. 사진 제공=서일준 의원실대우조선해양이 KDDX 개념설계 결과물을 활용해 2013년 처음 제작한 모형(위쪽)과 2019년 마덱스에서 현대중공업이 전시한 모형(아래쪽) 비교. 사진 제공=서일준 의원실


주목할 또 다른 성능은 국내 첫 전기 전투함으로 탄생한다는 것이다. 발전용 가스터빈과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통합전기추진(IFEP, Integrated Full Electric Propulsion)체계를 채용해 소음을 크게 줄이고, 대용량 레이더 작동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는 체계를 갖춘다. 국내 전투함 최초로 ‘전기함’이 되다는 의미다.

통합전기식추진체계는 가스터빈 발전기와 디젤 발전기에서 생성한 전력으로 스크루를 돌려 선체를 움직이고 함정 운영에 필요한 전력도 공급하는 체계다. 통합전기식추진체계의 적용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갈아타는 것과 비슷하다.



전기차에서 엔진과 변속기가 사라졌듯이 전기추진 함정 역시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덕분에 변속기를 거치느라 낭비되는 출력이 대폭 줄어들고, 소음도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특히 소음 감소는 잠수함을 상대하는 대잠전에서 결정적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또 함정에 대량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고출력 레이더 탑재에 유리하는 것을 물론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레이저 무기나 레일건 등 미래 무기가 개발될 경우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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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통합전기식추진체계는 미래 지향적인 신개념 전투함에 채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KDDX가 채택할 통합전기추진체계 모델은 미국의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인 ‘줌왈트급’이 대표적인 예다.

미 해군 ‘줌왈트급’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연합뉴스미 해군 ‘줌왈트급’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연합뉴스


미 해군 ‘줌왈트급’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연합뉴스미 해군 ‘줌왈트급’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줌왈트급 구축함은 건조 비용이 무려 5조원에 달한다. 레이저 병기 및 레일건 등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신병기 장착에 대비해 통합전기식추진체계를 채택했다. 그 결과 기존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의 6배에 달하는 전력을 생성하는 장점을 보유하게 됐다. 줌왈트급은 스텔스 성능과 선체 안정성 강화를 위해 선수 아랫부분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파도 관통’(Wave-piercing) 함형을 채택했는데, 2019년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현대중공업이 이 함형을 채택한 KDDX 모형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미국은 건조비만 4조 원이 넘게 투입된 차세대 줌왈트급 스텔스 구축함의 2015년 실전 배치됐다. 미 해군 사상 최연소(49세) 참모총장을 역임한 엘로 줌왈트 제독의 이름을 딴 이 구축함은 기존 구축함 중에서 최대인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만재배수량 9000t)보다 30m 더 길고, 높이도 32m나 된다.

연근해 작전은 물론이고 장거리 지상 공격형 포탄(LRLAP) 등을 185㎞까지 발사할 수 있는 AGS 155㎜ 함포와 57㎜ 함포, SM-6 함대공미사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을 갖춰 ‘항공모함 킬러’로도 통한다. 또 MH-60 중형 헬리콥터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드론(무인기) 이착륙도 가능하다. 어지간한 중순양함과 맞먹는 배수량에도 시간당 최고 30노트(55.5㎞)의 속도를 자랑하는 줌왈트급 구축함은 광역수색레이더와 사격통제레이더를 탑재한 덕분에 소형 어선으로 표시될 정도로 스텔스 능력을 갖췄다. 여기게 첨단 시스템 덕택에 승조원은 기존함보다 훨씬 적은 150명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의 차세대 줌왈트급 스텔스 구축함의 포격 모형도. 사진=위키피디아 캡처미국의 차세대 줌왈트급 스텔스 구축함의 포격 모형도.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줌왈트급 구축함은 특히 웬만한 중형 도시 전체 공급량과 맞먹는 58㎿ 전력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취역 2년 뒤인 2018년부터는 AGS 155㎜ 함포 대신 전자기 레일건(electomagnetic rail gun)으로 교체했다. 이 레일건으로는 드론 격추도 가능하다. 애초 미국은 줌왈트급 구축함을 32척 건조해 실전 배치할 예정이었으나 건조비용이 엄청나 3척으로 축소했다. 실제로 줌월트급 구축함 두 척 건조비용으로는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능가할 정도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말까지 KDDX의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내년부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추진할 예정이다. KDDX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해군은 건조비 약 7조원을 들여 2036년까지 KDDX 6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미니 이지스함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KDDX 6척이 2030년 후반까지 건조되면 대한민국은 총 18척의 구축함을 보유하게 된다.

현재 KDX-1 사업을 통해 진수된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3척과 KDX-2 사업을 통해 진수된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6척은 이지스(Aegis)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 구축함은 KDX-3 사업을 통해 확보한 세종대왕급 구축함 3척이 전부다. 다만 2020년대 후반까지 3척의 KDX-3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을 추가로 건조할 예정이다.

반면 주변국인 일본의 이지스 구축함은 13척, 중국은 무려 21척을 보유 중이다. 해군이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확대를 위한 발걸음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해군에게 있어 현재 가장 중요한 무기 획득은 KDDX 사업을 서두른 것이다. 덩달아 KDDX의 건조 사업 계약을 따내기 위해 업체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 사업은 미니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것으로 7조 원이 넘는 규모다. 함 설계의 기초인 개념설계는 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맡아 본격적인 사업 시작인 기본설계와 선도함 건조도 한화오션 몫이 유력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2019년 HD현대중공업(옛 현대중공업)은 KDDX 본사업, 즉 기본 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총점 100점 중 0.056점 차이라는 전례없는 간발의 차이로 한화오션을 앞서여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전시된 한화오션의 최첨단 전투함 함정모형. 사진 제공=한화오션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전시된 한화오션의 최첨단 전투함 함정모형. 사진 제공=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이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최초 공개할 차세대 함정 조감도. 사진 제공=HD현대중공업HD현대중공업이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최초 공개할 차세대 함정 조감도. 사진 제공=HD현대중공업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의 수주에는 ‘KDDX 설계도 도촬 사건’이라는 막전막후가 있었다. 방위사업청과 방첩사령부(옛 기무사령부)가 HD현대중공업의 법적 문제가 될 사유를 적발하고도 이를 기본 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 제안서 평가에 적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사연인 즉,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2013년 초부터 해군본부 함정기술처를 여러 차례 방문해 KDDX 개념설계 등 기밀들을 무더기로 훔쳤다. 해군의 한 장교가 면담 장소에 기밀들을 갖다 놓고 자리를 비우면 동영상으로 찍어 가는 수법이다. 결국 범행은 2018년 4월 기무사(현 방첩사)의 불시 보안 감사에 적발됐다. 기무사는 KDDX 관련 비밀 2건, 차기 잠수함 장보고-Ⅲ 비밀 1건, 다목적 훈련 지원정 비밀 1건, 훈련함 비밀 1건 등 기밀 절도 26건을 식별해 HD현대중공업 직원 12명, 장교 3명 등 25명을 울산지검에 송치했다.

하지만 재판과 수사가 한창이던 2019년 9월 9일 방사청은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개정했다. 기무사의 기밀유출 통보시 보안 감점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방사청 덕분에 당시 현대중공업은 총점 100점 중 0.056점 차이로 대우조선해양을 따돌리고 KDDX 기본설계 사업을 가져갔다.

그나마 이 사건으로 2022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아, 2025년까지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감점 1.8점을 적용받게 됐다. 이 때문에 최근 발표된 울산급 배치-3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총규모 8334억 원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한화오션은 91.8885점, HD현대중공업은 91.7433점을 받아 0.1422점이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주목할 대목은 내년부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추진할 KDDX 사업에서 감정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이 수주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설계도 도촬 사건이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뒤쳐지던 기술력을 역전 시켰지만, 최종 본 사업인 7조 원 넘는 수주전에서 다시 역전 당하는 빌미가 된 셈이다. 심각성에 대한 불안감은 최근 HD현대중공업의 행보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형 차기 호위함(FFX) 울산급 배치3 5·6번함 건조사업과 관련해 방사청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디브리핑을 요청하고 최근에는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업계는 HD현대중공업이 이의제기에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일 경우 가처분신청 혹은 행정소송까지 갈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2015년 12월 시험 운전 중인 미 해군 ‘줌왈트급’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사진=위키피디아 캠처2015년 12월 시험 운전 중인 미 해군 ‘줌왈트급’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사진=위키피디아 캠처


HD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연구개발 중인 차세대 함정모형을 최초로 공개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3월 해군 핵심 미래전력인 차세대 함정 모형 1번함 사업을 수주하고 기본 설계를 해왔다. 이번에 공개될 차세대 함정 모형은 통합 마스트와 국내 개발 중인 전투체계를 적용해 체계 통합을 최적화하고, 국내 최초로 ‘대용량·고출력 통합전기식추진체계’를 채택했다. 기술 발전에 따라 미래 무기체계 추가 탑재와 추후 플랫폼의 성능 개량이 용이하도록, ‘미래 확장형 플랫폼’으로 설계된 것도 특징이다.

한화오션도 지난해 열린 KDDX 기간 중 선형 디자인을 ‘전통적 형태(conventional)’, ‘파도 가름형(Wave- piercing)’, ‘삼동선(three-body)’ 등 3가지로 구분해 전시했다. 이 3가지는 미 해군에 의해 ‘줌월트급’ 구축함의 외형으로 검토된 적이 있는 디자인들이다. 파도 가름형 텀블홈 모노홀(Wave- piercing Tumblehome Monohull) 선형은 현재 미 해군의 최신 구축함인 줌월트급의 최종 설계다. 이 선형은 기존의 전통적인 함수 디자인에 비해 아랫부분이 튀어나와 위로 갈수록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런 날카로운 파도 가름형 선형은 파도를 헤쳐 나가는데 유리하고 더 큰 배에 적합하다.

KDX-4라 불리는 KDDX급 구축함의 전력화 사업이 갖는 더 중요한 의미는 KDDX 구축함이 대한민국 최초의 기동함대 창설에 한 축이 된다는 점이다. 이 기동함대는 만재 배수량 1만톤의 KDX-3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2척과 만재배수량 5500톤의 KDX-2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2척 그리고 2025년 이후 진수될 만재배수량 8500톤급 미니 이지스함인 KDDX 2척으로 구성된 기동전대를 포함하게 된다.

일명 ‘66 기동함대’는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기동함대의 명칭이다. 총 6척의 구축함과 구축함 한 척마다 헬기 한 대가 실려 6대의 헬기도 함께 구성된다. 이를 위해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 12척을 포함한 총 18척의 구축함 보유를 목표로 삼고 있다. 18을 6으로 나눠 3개의 66 기동함대를 창설하려는 계획이다.

기동함대 위용을 살펴보면 CVX 1척-함대 기함 (F-35B를 탑재한 경항모),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2척(만재배수량 1만톤), KDDX 미니 이지스 구축함 2척(만재배수량 8000톤),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2척(만재배수량 5500톤),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1척(만재배수량 3700톤), 천지급 군수지원함 1척 등으로 구성된다.

해군은 최종적으로 18척의 구축함으로 66 기동함대 3개를 만들고, 각각의 함대 지휘함으로 이미 작전에 투입된 독도함·마라도함 등과 함께 2030년 후반부터는 이들을 이끌 기함인 경항공모함(3만톤급)까지 운용해 대양해군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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